ⓒ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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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머리 속의 지우개'로 불리는 치매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정복에 대한 기대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레켐비'(Leqemb·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 승인했고 2024년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허가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국내에선 항체치료제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라는 이상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에 쌓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아밀로이드가 장기간 축적되면 유해 물질인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이 뇌세포에 얽히기 시작한다. 이 무렵이 되면 뇌 속 신경세포 '뉴런'이 죽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기억력 저하와 같은 인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치료제는 전 세계 약 55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승인받은 신약은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불면증이나 불안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었다면 새롭게 개발된 치료제는 뇌에서 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해 근본적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주목받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미국 대형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Bio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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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당시 테레사 부라키오 FDA 신경과학국장 대행은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의 근본적 진행 과정을 억제하는 임상적 효과를 보인 치료제는 레켐비가 처음"이라며 "임상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주요 성분인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 유발 물질인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 기억력과 사고력 저하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3상 임상연구인 ‘Clarity AD’를 통해 18개월 동안 위약군 대비 뇌 기능의 임상적 저하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행 속도가 약 3분의 1 느려지는 것이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유럽·중국·호주·브라질 등 6개국에 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에자이는 지난 6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레켐비가 FDA가 허가한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아니다. FDA는 2021년 6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을 조건부 신속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아두헬름은 임상시험에서 고용량군(10mg/kg)에 한해 일부 효능을 확인하며 유효성 논란이 일었고 부작용 우려도 제기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DA(2021.06)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DA(2021.06) 

당시 FDA는 "아두헬름이 2건의 3상 임상시험 가운데 한 건에서만 평가 기준을 만족하는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베타아밀로이드 감소 근거를 제시했다"며 조건부 승인 결정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이 치료제는 정식 승인까지 이르지 못했고 인지 기능 저하를 억제하지 못한 데다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 관계자들이 일상적 보험 적용을 거부하면서 시장 침투에 실패했다. 

이번 레켐비 역시 세포 사멸 인자와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이해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임상시험 참가 환자의 21%가 뇌부종·뇌출혈 등의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ARIA)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FDA는 부작용 위험성보다 치료로 인한 건강상 이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해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레켐비는 공보험 등재를 거쳐 이미 의료 현장에서 처방이 점차 늘고 있으며, 안전성 우려에도 환자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주에 1회 의사가 주사로 투약하는 방식이며, 정기적인 자가공명기기(MRI) 검사와 뇌 아밀로이드 확인을 위한 검사 등을 추가로 받을 필요가 있다. 

에자이는 레켐비 투약 환자를 2024년 3월까지 1만명, 2026년까지 1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 승인 가능성 커진 '도나네맙' 

한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도 미국 FDA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도나네맙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미국 FDA 막바지 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Eli Lilly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Eli Lilly

도나네맙은 N3pG라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변형된 형태에 대한 유전자조작 단클론항체로, 뇌 속에 침착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4주마다 정맥 내에 주입하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가 확인될 시 투약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도나네맙은 유효성 측면에서 레켐비보다 우수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8개국 1736명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도나네맙은 투여 후 6개월 동안 뇌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량을 유의하게 저하시켰다. 또 주요 평가항목인 iADRS(인지 및 일상생활 동작 평가 척도) 저하를 35% 늦추고, 2차 평가항목 CDR-SB(기억 등 6개 항목의 치매 평가 척도) 저하는 36%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두헬름이 완전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상황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레카네맙 vs 도나네맙'의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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