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의 감정이나 사고를 처리하는 것은 뇌이지만, 공포나 불안 등을 느끼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위가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끼는 등 머리가 아닌 몸에 변화가 생기곤 한다. 

공포와 불안 감정이 몸의 변화로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미국 웨인 주립대 아라시 자반바크트(Arash Javanbakht) 박사가 호주 비영리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해설했다. 

공포나 불안을 처리하는 장소가 '뇌'이기 때문에,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등의 표현은 언뜻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자반바크트 박사는 "감정은 뇌에서 유래하지만, 명령을 실행하는 것은 우리 몸이다. 공포나 불안은 실제로 신체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포식자의 습격과 같은 위협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은 고대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가령 5만년 전 사회에서 '부족에서 쫓겨나는 것'은 그대로 죽음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대에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뇌는 이러한 차이까지 인식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정신적 공포나 불안이 신체적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공포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다양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감각 신호를 수용해 자율 신경계로 전달하는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귀 근처에 위치한 작은 아몬드 모양의 영역으로, "사자가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등의 위협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사자가 다가오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이것저것 생각하기 보다는 당연히 신속한 행동이 생존율을 높인다. 이에 편도체는 논리적 사고에 관한 뇌 영역을 우회하도록 진화해 왔으며, 신체적 반응을 직접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위협에 대해 항상 신체적 반응이 동반된다면 여러 가지로 힘들기 때문에, 편도체와 밀접하게 연결된 해마가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가'를 기억해 편도체 반응에 개입한다. 예를 들어, 동물원 또는 사바나에서 사자를 보면 두 상황 모두 편도체는 공포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동물원에 있을 때는 해마가 '여기는 안전하다'고 판단해 편도체 반응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한편, 눈 위 쪽에 위치한 전두전야는 공포 처리에 관한 사회적·인지적 측면에 관여한다. 

가령 뱀을 봤을 때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누군가가 '저 뱀은 독이 없어'라고 알려주거나 그 뱀이 누군가의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또 동료로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상사와 이야기할 때 평소와 달리 언어적 표현에 신중을 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전두전야가 인지나 사회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가 공포 반응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 뉴런과 호르몬 경로가 활성화돼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에 따라 몸이 즉각적인 행동에 대비한다. 이 중에는 주의력 향상이나 위협 파악 등 뇌 내에서 발생하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은 뇌 이외의 기관에서 생긴다. 

몇몇 반응은 격렬한 신체활동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뇌의 운동야(motor area)는 근육에 신호를 보내 빠르고 힘찬 움직임에 대비하게 만든다. 신호를 받는 근육에는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는 가슴과 배 부위도 포함돼 있어 이들 근육이 평소와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공포나 불안감을 느낄 때 심장이나 위장이 압박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는 것이다. 

또 교감신경계는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반응의 가속페달 역할을 한다. 심장·폐·장 등에 밀집한 교감신경계는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교감신경계 작용으로 심장은 근육에 충분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심박수와 수축강도를 늘려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감각을 일으킨다. 또 폐는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기도를 확장하거나 호흡수를 늘리기 때문에 때로 숨이 차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위협에서 도망칠 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음식물 소화는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에 위장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자반바크트 박사는 "결론적으로 공포나 불안은 뇌에서 시작되지만, 뇌가 신체 기능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