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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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조현병(schizophrenia,정신분열증)은 환청·환각·와해된 언어와 행동 등을 수반하는 정신 질환 중 하나다. 일부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환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동안 고양이가 조현병을 비롯해 강박장애, 기타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논문이 여러 건 발표되었다. 그러나 2017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고양이와 조현병 발병 위험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sychological Medici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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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조현병 발병 위험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은 일찍이 1995년 미국 스탠리 의학 연구소가 진행한 연구에서 도출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이 여러 건 발표됐다.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은 고양이 체내에 서식하는 '톡소포자충'(학명:toxoplasma gondii)이 원인이라는 데 있다. 

톡소포자충은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인간 중추신경계에 침투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양이에게 물리거나 분변에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으며 톡소플라즈마증(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지만,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가벼운 감기 정도로 끝난다. 

이런 가운데 고양이 사육과 조현병 발병에 대한 연관성을 조사한 최신 연구에서 "고양이를 키우면 조현병 위험이 두 배가 된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관련 논문은 의학 저널 '조현병 회보(Schizophrenia Bulletin)'에 발표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hizophrenia Bulle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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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주 정신보건연구센터 존 맥그래스(John J McGrath) 박사 연구팀은 고양이 사육과 조현병 관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지난 44년간(1980년~2023년) 미국·영국 등 11개국에서 발표된 17개 연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광의의 고양이 사육과 조현병 관련 질환 위험 증가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변량(covariate)을 조정한 결과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은 조현병 발병 위험이 약 2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공변량:종속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잡음인자를 연구자가 통제하고자 하는 변수

다만 연구팀은 리뷰한 17건의 연구 중 15건이 특정 질병이 발병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증례 대조 연구로, 원인과 발병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톡소포자충이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일으켰는지 실제로 인간이 고양이에서 전달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결론적으로 고양이 사육과 조현병 관련 질환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한다"면서도 "고양이 사육과 정신 질환 위험성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대규모 샘플에 기반한 더 높은 품질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임산부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경우 수직 전파될 확률은 50% 전후로, 태아가 선천성 톡소포자충증을 가지고 태어날 위험이 크다. 또 기형아가 발생하거나 유산할 위험도 있다. 

2017년 고양이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존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한 UCL 연구팀도 "임신부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양이 배설물과의 접촉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어린이는 톡소포자충이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톡소포자충의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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