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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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밤샘이나 수면 부족은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고 건강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일부 우울증 환자는 밤샘이 일시적인 항우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항우울제 치료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주 이상 걸리는 반면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을 통한 우울증 치료법은 하룻밤을 새우면 바로 항우울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수면박탈 요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가 주도한 연구에서 우울증을 앓는 30명과 정신병력이 없는 38명을 대상으로 밤을 새우게 하고, 밤샘을 하지 않은 정신병력이 없는 16명을 포함해 뇌 스캔을 진행했다. 밤을 새운 참여자들은 독서·컴퓨터 게임·TV 시청 등으로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고 카페인 섭취나 운동 등은 하지 않았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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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우울증 증세가 없는 사람의 상당수는 수면 부족으로 불쾌한 기분을 느낀 반면, 우울증 환자 30명 중 13명은 확실히 밤을 새운 후 기분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팀은 기능적자기공명영상법(fMRI) 검사를 이용해 실험 참여자의 뇌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기억과 정동(情動) 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와 정동 반응 및 인지 처리에 관여하는 전대상피질(ACC anterior cingulate cortex) 간 연결성이 밤샘 후 기분이 개선된 사람들에게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영역 간의 연결성은 이틀이 경과해 밤샘 영향이 약해진 후에도 비교적 강한 상태였다.

약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신체의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투약 타이밍을 일주기 리듬에 맞춰 조절하는 시간 치료 등의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간 치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주기 리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짐으로써 잘못된 체내의 조절 프로세스가 리셋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연구팀은 "밤샘으로 인해 편도체와 전대상피질 사이의 연결성 회복도 일일 리듬의 리셋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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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면시간 부족은 치매 및 기타 건강 위험을 높이고 사회적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밤을 새는 것이 우울증 환자에게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밤샘을 통한 뇌 영역 간 연결성 회복은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메커니즘의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기분에 중요한 뇌 영역 간 결합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면, 숙면의 혜택을 빼앗지 않고도 기분을 좋아지게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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