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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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어려운 문제에 대처할 때는 감정에 방해받지 않고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 A&M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작업을 할 때는 화가 난 사람이 더 높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됐다. 

행복이나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중요하며, 가능하다면 분노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리학·뇌과학자로 이번 연구를 이끈 헤더 렌치(Heather C Lench) 텍사스 A&M대 박사는 "사람들은 종종 행복한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믿으며, 대부분이 행복 추구를 인생의 주요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에는 어떠한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고 보는 기능주의 심리학(Functional psychology or functionalism)에 근거하면 부정적 감정도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동을 촉진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가령 슬픔은 어떤 도움이나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분노는 장애 극복을 위한 행동의 촉구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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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000명 이상의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특정 감정이 작업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분노·즐거움·욕망·슬픔 등의 감정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실험 참여자에게 보여준 후, ▲다양한 난이도의 단어 퍼즐 풀기 ▲스키점프를 재현한 여러 난이도의 게임 플레이하기 등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분노' 감정을 가진 사람은 난도 높은 단어 퍼즐 작업에서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보다 더 높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간단한 단어 퍼즐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까다로운 작업의 처리에는 분노 상태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키점프 게임에서는 '분노' 감정을 가진 사람이 '중립' 혹은 '슬픔' 감정을 가진 사람보다 능력이 높았고, '즐거움' '욕망' 감정을 가진 사람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분노와 지속성 향상의 연관성'이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어려운 단어 퍼즐을 푸는 시간이 더 긴 경향을 보였다. 

또 연구팀이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유권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선거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렌치 박사는 "이러한 발견은 분노가 바람직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증대시켜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종종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도구로 사용하길 선호하며 부정적인 감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연구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것이 행복을 촉진하고 부정적인 감정 사용이 상황에 따라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추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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