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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고대 로마인들이 2천여 년 전에 건설한 도로·수도교·항구·건축물 등은 현대까지 남아 있다.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가 2천년을 버티는 내구성을 자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의 조사 결과, '콘크리트 제조 프로세스'에 그 힌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제조 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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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건축술을 가진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한 콘크리트는 '로만 콘크리트(Roman Concrete)'로 불리며 로마의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 널리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의 수명이 약 50~100년 정도인데 반해 로만 콘크리트는 2천년이 지나도 구조를 유지한다. 

아래가 118년~128년에 걸쳐 만들어진 고대 로마의 신전 판테온의 사진이다. 로만 콘크리트의 기초 부분에 건물과 돔을 얹은 구조로, 기초와 돔 부분을 거의 개수하지 않았음에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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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콘크리트에 대한 과거 연구에서 석회가루 원료에 '화산재'를 혼합하면 뭉쳐져 단단해지는 '포졸란 반응'(pozzolanic cement)이 촉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MIT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새롭게 로만 콘크리트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석회 덩어리 '석회 쇄설암'(lime Clast)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아드미르 마식(Admir Masic) MIT 교수는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를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 줄곧 그 특징에 매료됐다. 현대 콘크리트의 구조에선 볼 수 없는 석회 쇄설암이 고대 로마 콘크리트에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석회 쇄설암은 단순히 조잡한 원료 혼합이나 저품질 원료 사용 과정에서 들어간 골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마식 교수는 "로마인들이 수 세기 동안 최적화된 상세한 제조법에 따라 뛰어난 건축 자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 물질도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고대 로마 유적에서 채취한 로만 콘크리트 샘플을 주사전자현미경·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분말 X선 회절분석·공초점 라만 이미징 등의 기법으로 분석했다.

기존 가설에서는 로만 콘크리트에 사용된 석회는 소석회((消石灰·수산화칼슘)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분석 결과, 로만 콘크리트에 포함된 석회는 생석회(산화칼슘) 또는 소석회와 생석회 모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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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소석회가 아닌 생석회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고온의 발열반응이 로만 콘크리트 내구성의 열쇠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온 혼합 공정의 장점은 두 가지다. 우선 콘크리트 전체를 고온으로 가열하면 소석회만을 사용했을 때는 불가능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고온과 관련된 화합물이 생성된다. 다음으로 고온화에 의해 모든 반응이 촉진되기 때문에 경화나 응결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가설에 따르면 고온 혼합 공정 중 석회 쇄설암은 잘 부서지고 칼슘에 반응하는 특유의 나노입자 구조가 되며, 이것이 로만 콘크리트의 자기복원 능력으로 이어져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높인다. 균열에 침투한 나노입자 구조가 물과 반응해 탄산칼슘으로 재결정되어 균열을 메우거나, 포졸란과 작용해 콘크리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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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가설을 조사하기 위해 로만 콘크리트 원료와 현대 콘크리트에 쓰이는 원료로 각각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고의로 균열을 낸 후 물을 흘려보냈더니 생석회 배합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2주 이내에 균열이 복구됐다. 

현재 연구팀은 콘크리트 대체품이 될 새로운 친환경 콘크리트를 연구하고 있다. 마식 교수는 "이러한 방식의 콘크리트가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시멘트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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