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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2년 1개월 만에 워싱턴DC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비롯해 쿼드 동맹 및 한반도 정책 등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외신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의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한미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외신은 이번 회담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정책 테스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고 전하며, 북한 문제 공조와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 일정 성과를 보였지만 대(對) 중국 외교와 관련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한국을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백신 스와프 정책을 통해 국내 백신 수급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미국 제약사와의 위탁생산 계약으로 백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 

이번 회담의 결과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과 한국군 55만명 백신 공급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연계하게 되면 한국이 향후 글로벌 백신 생산의 아시아 허브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민간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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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55만명의 한국군 장병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산케이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군 전체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제공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서 "어떻게 해야 공평한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백신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도달할지, 지역적인 균형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이 앞서 시사한 것처럼 아쉽게도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백신 공여분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된 세부 사항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백신 공급은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 동안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백악관은 아직 수혜자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44조원…대규모 美투자 '선물' 

두 번째 의제는 이른바 ‘경제동맹’이다. 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등 핵심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44조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하는 한편,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에 대한 공급망 회복력 향상에도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SK·LG·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결단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은 140억 달러,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인프라 확충에 74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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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특히 자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계획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카드라고 진단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고용이 늘어나면 지지율을 공고히 할 수 있고, 여러 차례 투자를 요청한 삼성의 화답으로 반도체 분야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 공고한 한미 동맹 확인..한반도 정책 행방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으로 표현된다. 한미정상회담 발표 내용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잘 드러나, 협상 의지를 전하면서도 공동선언 안에 담긴 북한의 인권 문제 및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다. 

CNN은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몇 달 동안의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후에 이루어졌다"며 "이번 공동성명에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했는데, 외신은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변화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북핵 문제에 대한 약속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특히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대목과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성 김 대북 특별대표 임명 역시 대화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내용은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참여 문제다. 공동성명에는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내용으로 정리되어, 한국의 쿼드 동참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향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 동맹의 전략적 대화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AP통신은 "한국이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자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우려 발언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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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회담 종료 후 "미국은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지만, 중국에 대한 자극을 피하고 싶은 한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에 이어 한국과의 연이은 정상회담은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에서 동아시아와의 외교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NHK는 "미국 최대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강력한 동맹 관계를 대내외에 강조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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