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사업 정리하고 핵심사업 '선택과 집중'
모바일 핵심 기술 연구개발은 지속
해외 외신들, 일제히 소식 전해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LG전자 홈페이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LG전자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자사 휴대폰 제조사업의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1995년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이후 26년 만이다.

LG전자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MC) 사업부를 7월말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사업재검토 발표 이후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업부 일부 혹은 통매각이 결국 불발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휴대폰 사업 철수...핵심사업에 역량 집중

LG전자가 시장 경쟁 심화로 휴대폰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자 결국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회사의 MC사업 부문은 2015년 2분기 이후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에 달한다.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굳어진 삼성과 애플의 양강체제, 중국 제조사의 가파른 성장 속에서 LG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쳐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기만 했던 것.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LG전자 홈페이지

LG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 개선을 사유로 영업을 중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미국 구글 등과 휴대폰 사업 매각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바일 관련 지적재산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했던 LG전자의 인수 조건을 수용하는 구매자가 나오지 않자 결국 사업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통신사 등 기존 거래처와 약속한 제품 물량 공급을 위해 오는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기로 했다. 또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고객을 위한 사후 서비스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reuters.com(유튜브 화면 캡처)

26년간 축적해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은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매각까지 포기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모바일 분야 원천기술·지식재산권(IP)·특허 등은 향후 인공지능(AI)·로봇·자동차 전장사업 및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에 접목한다. 

휴대폰 사업에서는 철수하지만 그룹의 미래 사업을 위한 핵심 기술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다는 것. 특히 6G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아 자율주행 및 만물지능인터넷(AIoE: Ambient IoE)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 철수 이후 질적 성장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의 빠른 확대로 사업의 기본 체질을 개선하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 "구조조정 NO"…타 사업부·계열사에 인력 재배치

이번 발표에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사내 메세지를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LG전자는 3700여명에 달하는 MC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재배치에 돌입한다. 업계에선 ▲ LG전자 내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 LG에너지솔루션 ▲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이노텍 등 그룹 계열사로 분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업 인력이 기술직이어서 그룹 내부로 흡수 재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외신도 LG폰 사업철수 '주목'

LG전자의 공식적인 철수 의사 발표 후 주요 외신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몇 년 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폰이 겪어온 부침을 거론하며 사업철수에 대한 분석과 아쉬움을 전했다. 

CNBC는 "LG전자 MC 사업본부가 2013년에는 삼성과 애플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였지만 사업 고전 속에 글로벌 점유율이 약 2%까지 하락했다"며 "6년 동안 약 4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이번 결정에 이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씨넷은 미국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조차 휴대폰 출하량에서 5위를 차지했다며 2021년 4분기 LG전자는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도쿄 방송(TBS)

일본 NHK는 "고가라인에선 애플 및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보급형 기종에선 중국 제조사에 밀렸던 상황이 철수의 배경이다.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차세대 통신규격인 6G에 대비해 모바일 기술 연구개발은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구체적으로 ▲ "화웨이 배제에도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굳건하다"(nis*****) ▲ "스마트폰 사업은 역시 어렵다. 전통적 업체가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ara*****) ▲ "안드로이드폰에서 삼성 갤럭시를 이길 모델을 만들 수 없다면 일본 휴대폰 업체도 몇 군데는 위험할 것 같다"(har *****) ▲ "안드로이드폰은 차별화가 어려워 중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은 위협이 될 수 있다"(ber *****) 등의 의견이 눈에 띈다.

한편, LG전자의 철수로 향후 휴대폰 시장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제품이 LG 제품 수요를 대체해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케이 신문은 LG 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고, 더버지는 "하이엔드 기종의 애플과 삼성전자 양강구도가 LG의 빈자리로 앞으로 한층 확고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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