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이슈] 두테르테, 페이스북 이용해 초법적 살인 '정당화'
[The-이슈] 두테르테, 페이스북 이용해 초법적 살인 '정당화'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0.11.0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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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취임한 이후 마약과 전쟁을 선포했다. 필리핀에 만연한 마약 척결을 내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즉결 처형 등 무수한 초법적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마약과 전쟁 수행 과정에서 5856명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으며, 25만6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지만, 인권 단체는 2만 7000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공포정치에 페이스북 이용...反정부 인사 살해 잇따라 

이런 가운데, 필리핀에서 페이스북이 정부에 의한 살인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언론인 피터 게스트(Peter Guest)는 IT 분야 비영리 온라인 매체인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에 이 같은 내용을 기고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Rest of World

그는 “필리핀은 국민의 97%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필리핀 정부는 민주-인권을 위해 일하는 시민을 위험인물로 규정해, '거짓 정보'를 페이스북에 뿌린 후 공공연하게 공산주의자(red tagging)로 낙인찍고 있다. 이러한 국가폭력의 목표물로 찍힌 인물은 사진과 이름이 노출돼 잔혹하게 살해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KARAPATAN)' 소속 인권활동가인 자라 알바레즈가 8월 17일 필리핀 중부 지역 네그로스 섬 바콜로드 시에서 6발의 총탄을 맞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바레즈를 살해한 사람은 도주해 여전히 체포되지 않은 상태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이 공산주의자라는 낙인, 이른바 ‘red tagging’의 결과라고 말한다. 

2018년 필리핀 법무부는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폭력적 반란을 일으키는 공산주의자' 6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알바레즈는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권 이후 카라파탄 회원이 살해된 것은 알바레즈가 13번째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살해된 13명의 죽음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우선 거짓 정보가 유포돼 '테러리스트' 혹은 '공산당 동조자'로 낙인찍힌다. 이후 주의를 호소하는 포스터와 전단지가 뿌려지고 거짓 정보가 정부 SNS 계정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다. 이 같은 정치적 탄압의 대상이 된 인물은 체포되거나 알바레즈처럼 무참히 살해된다.

필리핀 정부는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정부에 반기를 드는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퍼트리는 한편, 정부의 성과를 과장하고 허위 뉴스를 전파한다. 75세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고령으로 선출됐지만 SNS 이용에는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와의 전쟁’ 이면에 재판 없이 살해되는 사람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년 필리핀 민다나오섬 다바오 시장에 당선된 후 20년 가까이 시장직을 유지했으며, 그의 정치적 기반이자 큰 인기의 원동력은 당선 이후 시작한 ‘범죄와의 전쟁’이다. 

그는 사병부대인 다바오 척살대(Davao Death Squads)를 창설해, 무법천지였던 다바오 시의 범죄율을 크게 낮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다바오 척살대는 두테르테의 묵인 하에 범법자와 마약 밀매범을 초법적으로 살해했다.

2010년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 워치(Human Right Watch)와 국제사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다바오 척살대(DDS)가 처형한 이들은 범죄자라는 의심만으로 쉽게 처형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1998년~2008년에 걸쳐 1000명 이상의 실종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 시절과 같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공포정치를 공공연하게 내세웠다. 그는 심층까지 파고드는 공포를 일으키고 이후에도 이를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필리핀 정부는 폭력적인 마약 밀매범과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필리핀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력조차 기꺼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리핀에서는 공산당 지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위험인물로 간주돼 탄압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피터 게스트는 “많은 국가에서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필리핀에서는 그것이 직접적으로 살인과 결부되고 있어 특히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로 갖은 탄압을 받고 있는 필리핀 온라인 뉴스사이트 레플러(Rappler)의 CEO이자 언론인인 마리아 레사 역시 “마약 밀매범들을 초법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사 CEO는 "마약 전쟁에 의문을 나타낸 사람은 모두 페이스북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침묵하고 있다. 반정부 인사의 살해가 묵인되면 이번에는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는 선전의 씨앗이 뿌려진다. 생각지도 못한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필리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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