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인수 의지 변함없어…명확한 재점검 우선”
M&A 전문가 “부실 덩어리 아시아나 인수하면 ‘패착’

ⓒ데일리포스트=DB 편집
ⓒ데일리포스트=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HDC현산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청이죠.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1분기 6300%에 달하는 부채비율, 인수대상자인 현산과 동의 없이 항공운영자금 차입 등을 감안하면 현산의 인수상황 점검을 위한 재실사는 극히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시장 전반에서 부실 덩어리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패착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M&A 전문가)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7개월이 흘렀지만 양 사의 인수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호산업과 매각 주체인 아시아나항공의 불투명한 내부회계 관리 문제다. 여기에 현산의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점 역시 매각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선회만 반복하고 있는 국면을 감안한 듯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했던 현산이 결국 인수상황 재점검을 위한 재실사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현산은 26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하고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내달 중순부터 12주 간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말 그대로 최후통첩과 같은 이번 공문에서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초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연도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의견이 부적정하다는 점과 2조 8000억 원의 추가 부채, 그리고 1조 7000억 원의 추가 차입, 영구전환사채 추가발행으로 매수인 지배력 약화가 예상되는 점을 언급했다.

또 최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와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부당지원 문제, 게다가 논란이 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등 다각적인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 등에 관한 확인 요청도 포함됐다.

현산 관계자는 ”지난 4월 초 이후 10여 차례 걸쳐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충분한 공식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산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금호와 아시아나항공이 주요 언론에 계약해제에 대비한 TFT 운영과 사전 협의 없이 금호산업이 현산 등 컨소시엄에 대한 계약해제를 통보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수 차례 언론에 보도된 것에서 비롯됐다.

현산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현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과정을 지켜본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일로를 지속하고 있는 항공산업 환경을 감안할 때 2조 5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인수비용을 쏟아내며 인수할 가치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IB금융 관계자는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가 성사되더라도 실제 최종 인수까지 험로가 예상되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최소 2조 5000억 원이라는 인수가격 대비 늘어난 부채여산에 따른 인수자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당장 시장성이 안정화될 것이냐는 것이 가장 큰 변수“라며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각가를 보였던 이스타항공의 경우 시장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보니 인수를 고려했던 제주항공이 결국 손을 뗐다.

그만큼 국내 항공산업 뿐 아니라 글로벌 전체 항공 시장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만큼 거대한 자본과 막대한 부채를 떠안으며 안정화로 회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