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진, 심해어 출현과 지진 발생에 “상관관계 희박”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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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환상의 심해어로 알려진 산갈치(Regalecus glesne)와 넓은 주둥이 상어(Megachasma pelagios)가 지진 발생 전에 목격된다는 설은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6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7.3도 강진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15일 일본 미에현 오와세(尾鷲)항에서 심해 희귀 상어(넓은 주둥이상어)가 포획돼, 일본 네티즌들은 ‘지진의 새로운 전조현상’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4월 19일 강원 동해상의 규모 4.3 지진 발생 이후, 작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동해안에서 연이어 발견된 심해어와 지진을 연관 짓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심해어종 ‘투라치’는 작년 12월 강릉 경포해변에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2월 강릉 주문진항, 4월 동해시 노봉해변에 출현했다. 지난 1월 초에는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앞바다서 산갈치도 발견됐다.

(출처:YTN 방송 화면 캡처)
강원 고성 해안에서 발견된 4.2m 길이 산갈치 (출처:YTN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지금까지 심해어와 지진간의 관련성을 다룬 통계적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심해어와 지진의 상관관계가 속설이 아닌 사실이라면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여긴 일본 연구팀이 1928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대지진과 심해어의 발견보고 사례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일본 도카이(東海)대학 오리하라 요시아키(織原義明)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조사한 심해어와 지진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 논문은 미국지진학회지 6월 18일자로 게재됐다.

日도카이대학 오리하라 요시아키 교수 연구팀의 논문
日도카이대학 오리하라 요시아키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논문

심해어가 해안에 나타나는 것이 강진이나 쓰나미의 전조현상이라는 속설은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2011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1년 새 수십 마리의 산갈치가 해안에 떠밀려왔다는 보고가 있으며, 최근에는 심해어 출현이 지진의 전조라고 주장하는 웹 사이트도 다수 존재한다.

올해 1월 31일에는 동해에 면한 일본 도야마(富山)현 앞바다에서 심해어인 초대형 산갈치가 잡혀, 우오즈 수족관이 해당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산갈치는 원래 수심 200~1000미터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본래는 해수면까지 올라오지 않지만 아래 사진 속 개체는 그 시즌에 해당 지역에서 포획된 총 7마리 째 산갈치였다.

(출처:우오즈 수족관 인스타그램)
(출처:우오즈 수족관 인스타그램)

연구팀은 1928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심해어가 나타난 위치에서 50km~100km 거리에 30일 이내에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는지 조사했다. 과거에도 심해어 출현에 대한 연구는 존재했지만 통계적 연구로는 사례가 불충분해, 연구팀은 심해어 출현을 다룬 지방신문을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조사 결과, 대상 기간 동안 심해어 목격 기록은 총 336건이며 지진 발생은 221회였다. 하지만 심해어 발견 후 실제로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약 4%인 13건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실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이는 것은 1건 뿐이었다. 또 진도7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심해어가 보고된 사례는 전무했으며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기 10일 전까지 심해어가 목격된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해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넓은 주둥이 상어(Megachasma pelagios)
심해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넓은 주둥이 상어(Megachasma pelagios)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심해어와 지진의 관련성은 "거의 없다"며 "사실 2009년 겨울에도 일본에서 심해어가 다수 발견됐지만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즉 심해어 출현이 지진의 전조라는 속설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일축한 것.

그렇다면 심해어는 왜 해안까지 떠밀려오는 걸까?

CNN은 지난 2월 일본에서 출현한 심해어와 지진의 관계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당시 인터뷰를 한 일본 우오즈 수족관의 사이바 카즈오씨는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심해어가 나타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을 100% 부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우오즈 수족관의 이나무라 오사무 관장은 올해 도야마에서 산갈치가 잇따라 발견되는 것과 관련해 "산갈치는 새우 등의 먹이를 쫒는데, 플랑크톤을 따라 위로 올라간 먹이를 찾아 해수면 근처까지 나와 포획되거나 파도에 휩쓸려 해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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