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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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물 한 잔'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분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응용생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일상적인 수분 섭취 습관이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호르몬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기존에도 만성적인 수분 부족이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대사성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수분 상태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 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다룬 연구는 많지 않았다.

◆ 수분 부족, 스트레스 반응을 키운다
 

연구팀은 건강한 18~35세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평소 수분 섭취 습관과 스트레스 반응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1.5리터 미만의 음료를 섭취하는 그룹과, 여성은 하루 2.5리터, 남성은 2.9리터 이상 섭취하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때 섭취 음료에는 물뿐 아니라 주스, 커피, 우유, 알코올 등 모든 수분 공급원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섭취 음료를 기록했고, 소변 샘플을 통해 체내 수분 균형이 확인됐다. 이후 실험실에서 사회적 평가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즉흥 연설과 암산 수행)를 받았다. 연구팀은 테스트 전후로 침 속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심리적 긴장감과 심박수 증가 정도는 비슷했지만, 수분 섭취가 적은 그룹에서 코르티솔 수치 상승폭이 더 컸다. 이는 만성적인 수분 부족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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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증'은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분을 적게 섭취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갈증만을 보고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변 농도는 더 짙게 나타나 체내 탈수 상태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갈증이 반드시 수분 필요량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는 체액 조절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이 관여한다. 바소프레신은 신장에서 수분을 재흡수해 체내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자극해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한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커시(Daniel Kersey) 박사후연구원은 "바소프레신은 수분 절약에는 유익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을 강화하는 양날의 검"이라며 "일상의 압박 속에서 이러한 과도한 반응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에 그쳐, 실제 생활 환경이나 다양한 연령층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수분 보충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단순하고 실천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시 연구원은 "건강은 거창한 개입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며 "물 한 잔이 인생의 문제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신체가 그것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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