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의 구멍"은 어디에 있을까?
멕시코 국립 남부국경대(ECOSUR)의 조사에 따르면, 유카탄 반도 해안에 위치한 "타암 하 블루홀(Taam Ja’ Blue Hole)"의 수심은 최소 420m 이상이다. 연구팀의 측정에도 바닥에 닿지 않아 실제 깊이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브라질 리우그란데두술연방대(UFRGS) 등 여러 나라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 싱크홀, 즉 "블루홀"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렸다.
◆ 끝을 알 수 없는 세계 최심 후보
해저 싱크홀은 석회암 지반이 침식·붕괴해 형성된 수직 동굴로, 바닷물이 차서 깊은 수직 공간을 이루는 경우 "블루홀"이라 부른다.
이번 타암 하 블루홀은 2021년 발견 당시 약 275m로 보고됐으나, 국제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최신 탐사에서 장비 한계 수심인 420m를 넘어섰다. 이는 기존 세계 최심 기록인 남중국해 "드래곤 홀(Dragon Hole)"의 약 301m보다 최소 100m 이상 깊다.
연구팀은 전도도·온도·수심(CTD) 프로파일러를 활용해 수심별 물리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결과 일부 구간에서 블루홀 내부 수온과 염분이 주변 해역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해저 동굴이나 암거 터널로 외부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단순한 수직 구조를 넘어 복잡한 지하 수로망을 품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심해 지형·생태 연구의 잠재 보고
타암 하 블루홀은 외부 빛과 인위적 간섭이 거의 없는 "휴면 상태"의 해양 환경으로, 독특한 심해 생태계가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무인 잠수정(AUV)과 고정밀 심해 측정 장비를 투입해 바닥 지형과 내부 구조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지의 심해 생물 탐사, 지하수 순환 경로 확인, 카르스트 지형의 형성 과정 규명 등 다양한 과학적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블루홀 내부는 저산소·고염분의 특수한 수질 조건을 지니고 있어, 일반 해양 환경에서는 보기 힘든 극한 적응 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생물은 지구 초기 생태계나 외계 해양 환경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지질학적 분석을 통해 수천~수만 년에 걸친 해수면 변동과 기후 변화의 흔적을 복원하는 연구도 가능해, 타암 하 블루홀은 해양학과 지질학 모두에서 중요한 연구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단순한 세계 기록 경신이 아니라, 심해 지형과 생태계의 관계를 밝히고 장비 한계를 넘어서는 탐사 방법론을 제시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