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폐암 환자 4명 중 1명이 비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젊은 층, 그리고 동아시아 인구를 중심으로 비흡연 폐암의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엔 드문 경우로 여겨졌지만, 이제 비흡연 폐암은 결코 예외적인 질환이 아니다.
◆ 여성·젊은 층 중심으로 증가…조기 진단 지표 시급
국제 암연구소(IARC)를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2022년 기준 전 세계 폐암 발생 데이터를 분석해 폐암의 조직 아형별 유병률과 시간 경과에 따른 추세를 집계했다.
그 결과, 폐선암의 비율이 전체 폐암의 약 절반(49.1%)을 차지했고, 특히 여성과 젊은 비흡연자 사이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런 변화는 흡연율이 낮은 인구집단에서도 폐암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아시아 여성처럼 흡연 경험이 거의 없는 집단에서 폐암 발병이 증가하는 현상은, 기존의 흡연 중심 예방 전략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를 위한 별도의 조기 진단 기준과 위험 평가 도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랜싯 호흡기 의학(Lancet Respiratory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 비흡연 폐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연관
연구팀은 "흡연과 무관한 폐암은 일반적인 폐암과는 발병 기전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성 및 비흡연자에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EGFR 유전자 변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mutations)가 폐선암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EGFR 변이는 아시아 여성 폐암 환자의 약 60%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호주 프린스 오브 웨일즈 병원의 폐암 전문의 제니퍼 퍼걸슨(Jennifer Ferguson) 박사는 EGFR 유전자 변이와 같은 유전적 이상이 미세먼지, 라돈, 간접흡연 등 외부 요인보다 폐암 발병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사는 기존의 흡연 중심 예방 정책으로는 비흡연 폐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특화된 조기 진단 시스템과 새로운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이번 연구는 폐암이 더 이상 '흡연자의 병'이라는 통념에 갇힐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8명이 비흡연자라는 통계가 꾸준히 보고되며, 발병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제는 비흡연 폐암에 대한 독립적인 인식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