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학 연구의 새로운 동반자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과학자들이 밤샘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내던 새로운 발견의 과정에 이제 인공지능(AI)이 참여한다.
AI 기반으로 과학 연구와 발견을 가속화하는 비영리 기관인 퓨처하우스(FutureHouse) 연구팀이 최근 인공지능 에이전트 '로빈(ROBIN)'을 개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로빈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과학적 가설 수립,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 새로운 발견을 이뤄냈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과학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전으로 평가된다.
◆ 자율적인 과학 탐구 시스템 '로빈'
로빈은 단순한 AI 프로그램이 아니다. '연구원', '실험 전문가', '화학자', '기술자', '분석 전문가' 등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 인공지능 에이전트로 구성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이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며 과학적 탐구의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로빈이 "인간 과학자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이 특정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자, 로빈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복잡한 실험을 설계하며, 실제 실험 장비를 제어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분자 구조와 관련된 가설을 검증하고, 나아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화학 반응 경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퓨처하우스의 연구 발표 및 arXiv에 공개된 논문을 통해 상세히 공개됐다.
실제로 로빈은 눈 관련 질병인 '드라이형 노인성 황반변성'의 새로운 치료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로빈은 수많은 의학 논문을 분석해 가설을 세웠고, 실험을 통해 특정 약물(ROCK 억제제 Y-27632)이 세포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더 나아가, 이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기존 녹내장 치료제(리파스딜)를 제안했고, 실험을 통해 이것이 황반변성에 효과적인 새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모든 과정은 소수의 연구팀이 2개월 반 만에 이뤄낸 성과이다.
로빈의 등장은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 이 시스템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실험 과정을 자동화해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인간 과학자의 직관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패턴과 지식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로빈은 광합성 시스템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적용해, 새로운 화학적 특성을 지닌 분자를 성공적으로 발견했다. 이는 로빈이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AI 과학자의 한계와 고려 사항
로빈의 성공적인 시연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과학 연구 활용에는 여전히 신중하게 고려할 점이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데이터 편향(bias)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복잡한 모델의 작동 원리가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다는 점은 신뢰성 확보에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인간 과학자의 창의성이나 직관 같은 비정형적인 영역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언급된다. 이런 한계점들은 AI가 과학 연구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논의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로빈과 같은 AI 시스템이 완전한 자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인간 과학자의 든든한 조력자를 넘어, 미래에는 새로운 발견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 연구 분야에서 AI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많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