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면으로도 활력 유지하는 사람들, 유전자가 열쇠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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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하루 7시간 이상 자야 한다"는 오랜 통념이 무색하게, 단 3~4시간의 수면만으로도 끄떡없이 활력을 유지하며 뛰어난 집중력과 창의성까지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바로 그들의 유전자에 숨겨져 있었다.

평균적인 사람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자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이들을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의 신경과학자이자 공동저자인 잉-후이 푸(Ying-Hui Fu) 박사는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밝히기 위해 수십 년간 유전자를 추적해왔다.

그동안 DEC2, ADRB1, NPSR1, GRM1 등 여러 유전자에서 '자연적 단시간 수면(NSS, 평균적인 사람보다 짧은 시간만 자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현상)'과 관련된 변이가 확인된 바 있다. 최근에는 수면-각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IK3(Salt-inducible kinase 3) 유전자에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푸 박사팀은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수면-각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IK3 유전자에서 특정 돌연변이('N783Y')가 나타나는 경우, 자연적으로 짧은 수면을 취하는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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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활발한 생활을 이어온 70대 자원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해당 변이를 확인했으며, 수면 추적 결과 이 자원자는 6.3시간 수면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동일한 변이를 주입한 생쥐 모델에서는 일반 생쥐보다 확연히 줄어든 수면 시간, 평균 30분 이상 더 적게 자는 것이 관찰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인산화 기능을 방해하여 수면 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메커니즘도 규명됐다.

Sik3 N783Y/N783Y 돌연변이 생쥐의 뇌에서는 광범위한 저인산화 현상이 관찰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Sik3 N783Y/N783Y 돌연변이 생쥐의 뇌에서는 광범위한 저인산화 현상이 관찰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특히 이들 '쇼트 슬리퍼'는 단순히 수면 시간이 짧을 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높고, 기억력이나 면역력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 박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러한 유전형을 지닌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우수하다는 사실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수면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나아가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유전자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푸 박사는 "SIK3는 진화적으로 핵심적인 수면 유전자이며, 수면장애 치료의 유망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짧은 수면이 단순한 습관이 아닌, 유전적으로 형성된 생물학적 특성일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획일적인 수면 기준에서 벗어나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체 리듬을 고려하는 맞춤형 수면 관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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