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볼링장에서 스트라이크를 터뜨리는 그 짜릿한 순간, 정말 운이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각도로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스트라이크 확률은 명확히 달라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과학이 직접 계산해냈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와 미국 MIT 공동 연구팀은 볼링공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해 스트라이크 확률이 가장 높은 조건을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IP Advances》에 게재됐다.
◆ 볼링공의 궤도, 수학이 계산하다
그렇다면 스트라이크 확률은 어떤 조건에서 높아지는 걸까?
연구팀은 볼링공을 단순한 구가 아닌, 내부 무게 중심이 비대칭인 물체로 모델링하고 회전, 마찰, 속도, 레인 위 오일 패턴 등을 변수로 설정해 실제 경기와 유사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구축했다.
시뮬레이션은 탐색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천 회 반복됐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투구 위치와 각도가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됐다.
그 결과, 오일이 고르게 분포된 '플랫 오일 패턴'에서는 20번째 보드에서 3도 각도로 투구했을 때 약 75%의 확률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반면, 오일이 짧게 깔린 '쇼트 오일 패턴'에서는 28번째 보드에서 1.8도 각도로 던졌을 때 성공률은 최대 89%까지 상승했다. 즉, 레인 상태에 따라 '최적의 각도와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실전 오차까지 반영한 '스트라이크의 공식'
연구팀은 실제 경기에서 피할 수 없는 오차까지 고려했다. '미스 룸(miss roo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약간 빗나간 투구에서도 스트라이크가 가능한 여유 범위를 계산했다.
특히 쇼트 오일 패턴의 경우, 플랫 패턴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미스 룸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교한 투구가 아니더라도 스트라이크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팀은 공의 궤도뿐 아니라, 공이 핀과 충돌하는 순간의 반응까지 물리적으로 모델링했다. 이는 실제 경기에서의 다양한 변수와 상호작용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고자 한 시도로, 시뮬레이션의 현실성을 한층 높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실제 볼링장의 조건을 정교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공의 무게, 회전축 변화, 레인 표면의 마찰계수 등 복합적인 요소와 함께 핀 배열 및 충돌 반응까지 고려함으로써 단순한 ‘정답 찾기’가 아닌, 실전의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유효한 전략을 설계했다.
이번 결과는 프로 선수들이 오랜 경험으로 익힌 스트라이크 감각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함을 뒷받침한다.
연구 책임자인 커티스 후퍼 박사(Curtis Hooper)는 "향후 회전 수, 공의 소재, 레인 온도 등 다양한 조건을 추가해 분석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각에 의존해온 볼링을 포함한 여러 스포츠에서도, 과학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 계산된 각도 하나가 승부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