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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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자연에 해답이 있다"는 믿음 아래, 인류는 오랫동안 다양한 민간요법을 시도해 왔다. 그중에서도 음뇨요법(Urophagia)은 가장 논란이 많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는 소변을 마시거나 피부에 바르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고대 문명에서 시작된 이 관습은 지금도 일부 유명 인사와 대체의학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소변이 정말 약이 될 수 있을까? 과학계는 점점 더 명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 고대에서 현재까지… 음뇨요법, 왜 계속될까

음뇨요법은 고대 인도, 중국, 유럽 등 다양한 문명에서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민간 요법이다. 

소변은 아유르베다 의학에서는 천식과 알레르기부터 암까지 광범위한 질환에 사용됐고, 고대 로마의 시인 카툴루스는 이를 치아 미백에 효과적인 것으로 여겼다.

1945년, 영국의 자연요법사 존 W. 암스트롱은 '생명의 물: 기적의 소변 요법(The Water of Life: A Treatise on Urine Therapy)'이라는 책을 통해 음뇨요법을 널리 알렸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어린이의 발작 치료에 사용된 사례가 있으며, 중국에는 음뇨요법협회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맨 vs 와일드'로 잘 알려진 생존 전문가 벤 그릴스(Bear Grylls)는 실제 생존 상황에서 소변을 마신 경험이 있으며, 그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도 이를 교육한다고 밝혔다. 2009년 복서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Juan Manuel Márquez)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자신의 소변을 마셨다. 인도의 전 총리 모라르지 데사이(Morarji Desai)도 매일 한 잔의 소변이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음뇨요법은 '자연에서 찾는 건강법'이라는 인식 아래 오랜 세월을 거쳐 이어져 왔지만, 현대 의학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과학적 근거는 없다…디파 카무다 박사의 경고

영국 킹스턴대학교의 약학 전문가 디파 카무다(Dipa Kamdar) 박사는 "음뇨요법은 대부분 개인의 경험담이나 고대 문서에 기반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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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온라인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일부 지지자들은 소변에 포함된 비타민, 미네랄, 항체, 호르몬 등을 체내에 다시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 컵의 소변에 함유된 이들 물질의 양은 매우 적어, 건강에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카무다 박사는 "그런 영양소를 기대한다면,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음뇨요법의 일부 지지자들은 소변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자가면역 질환을 완화한다고 주장하며, 소변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체내 독소가 제거되고 혈액이 맑아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소변은 무균 상태'라는 믿음 역시 과학적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에서도 낮은 수준의 세균이 검출되며, 소변이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외부 오염이 추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오염된 소변을 마실 경우, 위장 감염이나 소화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소변은 본래 신장이 체내 노폐물을 걸러낸 뒤 배출하는 물질이다. 이를 다시 섭취할 경우 신장에 이중 부담이 가해질 수 있고, 소변 내 물질을 다시 내보내기 위해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해 오히려 탈수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카무다 박사는 "소변을 마시면 얻는 수분보다, 그 소변을 다시 배출하는 데 필요한 수분이 더 많아져 결과적으로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페니실린계 항생제나 심장질환 치료제 등은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이를 다시 체내에 흡수할 경우 약물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카무다 박사는 "소량의 음뇨는 큰 해를 주지 않을 수 있지만, 검증된 치료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전통과 믿음만으로는 건강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소변은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지, 다시 몸속으로 받아들여야 할 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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