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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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유라시아 대륙에서 약 40만년 전부터 4만여년 전까지 살다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한동안 지구상에서 공존했다. 현생인류와의 혼종 교배 영향으로 현대인들도 네안데르탈인의 DNA 일부를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죽은 동료를 매장하는 등 발달된 문명을 이루었지만, 결국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그런 네안데르탈인이 '6세 다운증 아이'를 키웠다는 사실이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뼈를 분석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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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동굴 '코바 네그라'에서 네안데르탈인 아이의 두개골 일부인 측두골이 발견됐다. 

코바 네그라에서 나온 다른 네안데르탈인의 뼈는 27만3000~14만6000년 전의 것으로, 아이의 측두골 역시 이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알칼라대와 발렌시아대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티나'라는 이름을 붙인 네안데르탈인의 측두골을 마이크로 CT로 스캔하고 디지털 3D 모델을 제작해 분석했다. 

그 결과, 티나의 귀에서 다운증후군 환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인 반고리관 기형이 발견됐다. 또 내이 달팽이관의 부피가 비정상적으로 작았다. 내이에는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있다.

연구팀은 "티나는 청력을 잃고 균형 및 평형을 유지하는 감각도 크게 떨어져 이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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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및 심한 현기증 등을 경험했을 티나의 사망 당시 나이는 최소 6세 정도다. 이는 네안데르탈인 공동체가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돌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 다운증후군의 원인인 21번째 염색체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티나가 현대인의 다운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평형감각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장애를 가진 동료를 돌본 사례는 과거에도 보고된 바 있다. 이라크 동굴에서는 '시각과 청력에 장애가 있고 한쪽 팔이 부분적으로 절단된 남성'이 동료의 보살핌으로 50세까지 살았던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유전적 질환을 가진 6세 어린이인 만큼 집단에 물질적 이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즉, 다운증후군 아이를 돌본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은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적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를 주도한 메르세데스 콘데 발베르데(Mercedes Conde Valverde) 교수는 "보상 없이 아이를 돌본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은 진정한 이타주의일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다. 이것이 티나의 발견이 가진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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