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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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생물공학자 세자르 데 라 푸엔테 누네즈(Cesar de la Fuente-Nunez)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멸종된 인류 네안데르탈인의 단백질에서 항생제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현생인류의 친척이자 멸종된 사람속의 한 종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단백질을 AI를 이용해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분자를 특정하고 감염증 치료가 가능한 새 항생제 후보군을 발견했다. 항생제 오남용이 불러온 현생인류의 슈퍼박테리아 문제 해결에 멸종된 과거 인류가 도움을 주는 셈이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ell Host & Mic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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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개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둔화되어 왔다. 현재 처방된 항생제 대부분은 30년 이상 전부터 판매되는 것이며, 항생제 저항력이 높은 내성균 증가로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항생제 개발을 위해 단백질이 펩타이드에 의해 절단되는 부위를 인식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을 훈련시켰다. 이후 해당 AI 알고리즘을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단백질 배열에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펩타이드 중 어떤 것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지 분석했다. 

AI를 통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펩타이드를 예측하고 이를 실제로 테스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몇 주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기존 방법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년에 달한다.  

연구팀은 실험용 샬레에서 추려낸 수십 가지 펩타이드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6개의 강력한 펩타이드(▲호모 사피엔스 유래 펩타이드: 4종 ▲네안데르탈인 유래 펩타이드: 1종 ▲데니소와인 유래 펩타이드: 1종)를 특정했다. 그리고 이들 펩타이드를 슈퍼박테리아(내성균) 중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에 감염된 생쥐에게 투여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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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펩타이드 모두 허벅지 근육에서 증식하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증식을 막는 항생제 효능을 보였다. 다만 박테리아를 완전히 사멸시키지는 못했고, 또 6개 중 5개의 펩타이드는 피부 농양에서 증식하는 박테리아를 죽였지만 타격도 함께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장 효율이 높았던 네안데르탈인 펩타이드 분자를 미세 조정하면 효과적인 항생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AI 알고리즘을 변경해 위양성(거짓양성)을 줄이거나 항균 펩타이드 식별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푸엔테 누네즈 교수는 "AI를 활용한 약물 후보 테스트는 항생제 개발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생물학자인 나나엘 그레이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그러나 AI 알고리즘이 기존 방법보다 높은 성공률로 임상적으로 관련 펩타이드를 예측할 수 있을 때까지 신약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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