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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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까마귀는 숫자 O(제로)의 개념을 이해하고 인내심 테스트에서 어린아이 수준의 자제심을 발휘하는 등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까마귀가 수의 개념을 이해하고 넷까지 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튀빙겐대학 동물생리학연구실 연구팀은 "까마귀가 숫자를 이해하고 그 값과 연관지어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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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나 꿀벌 등 일부 동물은 수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지만, 수의 처리와 발성 제어라는 두 가지 고도의 능력을 동시에 구사하는 동물은 지금까지 인간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의 안드레아스 니더(Andreas Nieder) 튀빙겐대 교수는 "목적을 가지고 특정 수의 발성을 하려면, 수적 능력과 발성 제어라는 고도의 조합이 필요하다. 인간 이외에 이런 능력을 가진 동물이 있는지는 그동안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럽 종 까마귀 3마리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까마귀에게 특정 숫자를 보여주거나 소리를 들려주고 이에 상응하는 수의 울음소리를 내도록 교육했다. 1부터 4까지 신호를 제시받은 까마귀는 이에 맞춰 1~4번의 울음소리를 낸 후 버튼을 눌러 답변이 끝났음을 보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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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결과, 3마리 모두 수에 대응한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다. 또 까마귀가 숫자를 제시받은 후 소리를 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길어졌다. 울음소리를 내기 전 필요한 시간은 시각 혹은 청각과 같은 자극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었다. 

또 실험에서 까마귀는 울음소리의 횟수뿐만 아니라 울음소리 자체도 숫자에 따라 바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까마귀의 응답 중 첫 소리의 음향 특성을 분석하면 까마귀가 총 몇 번 울지 예측이 가능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야생 조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박새는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디'라는 경계음을 내는 횟수를 바꾼다. 덩치가 작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디' 소리를 많이 내고, 큰 포식자가 나타나면 '디' 소리를 적게 낸다.  

니더 교수는 "까마귀는 제시된 정보를 토대로 추상적인 숫자 개념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몇 번 울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여기에는 고도로 발달한 수적 능력과 발성 제어의 조합이 요구된다. 원리적으로 까마귀도 고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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