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일반 간호사 가릴 것 없이 치료 처치에 수술 봉합 떠맡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많은 간호사들이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에서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불법 진료에 내몰리면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단지 정부가 말하는 PA간호사 뿐 아니라 전체 간호사가 겪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며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의 빈자리는 불법과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 불법 사각지대에 떠밀린 간호사들의 볼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입원 환자를 비롯해 외래, 응급 환자 케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대형 병원들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도 부족해 별도 교육과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 간호사까지 기존 의사 업무에 동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공의가 대거 사직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은 전공의를 대신해 채혈과 동맥혈 채취, 치료 처치를 PA 간호사는 물론 일반 간호사까지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A 간호사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료진으로 약물 처방과 검사, 수술 등 의사 업무 전반을 대신하고 있다.

PA 업무는 현행법상 의사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어 불법이지만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 특성상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투입되고 있다. 이번 의료대란 사태로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 대형 병원에서 종사하는 PA 간호사들의 의사 업무 비중은 이전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의 보조 진료 교육과 훈련 과정을 거친 PA 간호사의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관련 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 간호사들까지 불법 진료 행위에 내몰리고 있어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전공의의 공백을 대신하고 나선 간호사들이 간호사 업무와 의사 업무를 동시 떠맡다 보니 업무 과중으로 간호사도 위험에 노출되고 생명을 담보로 한 환자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불법에 내몰린 간호사들을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사직이 본격화된 지난 20일 오후 6시부터 개설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된 154건의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신고된 의료기관을 종별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62%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종합병원(36%), 병원(전문병원 포함 2%), 순이다. 신고한 간호사는 일반 간호사가 72%를 차지한 반면 PA 간호사는 24%에 불과했다.

전공의가 사직 후 병원을 이탈한 후 간호사가 겪은 큰 애로사항은 불법 진료 행위지시였다. 혈액 배양검사와 검체 채취 등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 등 치료 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그리고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 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이다.

여기에 초진기록지와 퇴원요약지, 경과기록지, 진단서 등 각종 의무기록 대리 작성에 환자 입 퇴원 서류 작성도 간호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게 협회가 신고를 통해 접수한 내용이다.

PA 간호사의 경우 16시간 2교대 근무 행태에서 24시간 3교대 근무로 변경된 후 평일에 밤번 근무(21:30~8:00)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트 오프는 개인 연차를 사용해 쉬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교수가 당직일 경우 처방 넣는 법을 모른다며 쉬는 알에도 강제출근 시킨 사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4일마다 하는 환자의 소독 시행 주기가 7일로 늘어났으며 2일마다 시행하던 거즈 소독은 평일에만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탁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을 더 이상 불법 진료로 내모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한다.”면서 “의료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 진료행위가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을 통해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