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Effect of Melodrama (1830) by Louis Leopold Bo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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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더위·공복감·수면 부족·탈수·공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실신(기절)을 경험할 수 있다. 약 40%의 사람이 인생에 한번 이상 실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잘 알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교(UC San Diego) 비닛 어거스틴(Vineet Augustine) 박사 연구팀이 미지의 신경회로를 발견해 실신이 왜 일어나는지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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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를 통해 실신이 '뇌의 혈류 저하'로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혈류 저하가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범위를 확대해 뇌와 함께 심장을 조사했다. 특히, 뇌가 신호를 보내고 심장은 단순히 지시를 따른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심장을 감각 기관이라고 여기고 연구를 진행했다.

오거스틴 박사는 1867년에 처음 공표된 'BJR(Bezold-Jarisch reflex)' 반응에 주목해 신경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BJR은 정맥에 특정 화학물질을 주사하면 서맥 및 저호흡이 발생하는 반응으로, 미주신경을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당 반응에 관여하는 신경회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와 내장기관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미주신경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해, 혈관 내 작은 근육을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새로운 감각뉴런군 '미주신경감각뉴런(VSN·vagal sensory neurons)'을 발견했다. 또 신경펩타이드Y수용체Y2(NPY2R)를 발현하는 VSN은 BJR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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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뉴런들은 폐나 장으로 이어지는 다른 미주신경과 달리 심장 하부 근육 부분인 심실 내에서 가지를 형성해 뇌간(brainstem)의 최후야(area postrema)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쥐를 자극해 VSN을 활성화시켰더니 자유롭게 움직이던 쥐가 바로 실신해 안구 회전 같은 전형적인 실신 증상을 보였다. 또 쥐의 VSN을 제거하면 BJR과 실신 상태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신은 뇌혈류 감소로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에서도 지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실신에는 'VSN과 그 신경 경로의 활성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새롭게 부상한 것이다. 어거스틴 박사는 "실신에는 혈류 감소가 관여하지만, 동시에 혈류를 조작하는 전용 회로도 함께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심장을 조사하는 순환기학과 신경을 조사하는 신경과학의 융합"이라며 "심장전문의들이 수십 년 동안 가져온 의문에 신경과학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신경계가 어떻게 심장을 제어하는지 실제로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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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 #기절 #VSN #B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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