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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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SNS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41개 주 정부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SNS보다 자녀 생활의 모든 측면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가 자녀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심리학회가 기존 연구를 분석한 결과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선행연구가 여럿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를 증명한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좋지도 해롭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는 일부 아이들에게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하고, 극히 일부의 사례지만 아이가 가진 기존 문제가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 연구를 분석하면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아동·청소년에게 나쁜 것이라는 통설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규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10대 청소년 자살률 그래프를 인용해 자살률 상승이 소셜미디어 대두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래는 15~19세의 자살률을 나타낸 그래프로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남녀 모두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미 질병예방관리센터(CDC)-WONDER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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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대 청소년 자살률 관련 데이터를 20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고, 이후 2000년까지 자살률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미 질병예방관리센터(CDC)-WONDER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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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악화를 연결하고자 한 연구가 모두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정신건강 악화에 다른 요인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소아과학 학술지인 '소아과학 저널(The Journal of Pediatrics)'에 게재된 최신 연구는 소셜미디어 이상으로 어린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특정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셜미디어보다 '헬리콥터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Journal of Pediat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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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에서는 아이가 어른 없이 혼자 이동하는 능력인 '자립적 이동 능력'에 초점을 맞춘 선행연구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90년까지 어린이의 자립적 이동 능력이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초등학생이 혼자 도보로 하교한 비율은 1971년에는 86%에 달했으나, 1990년에는 35%, 2010년에는 2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버스를 탄 비율은 1971년 48%, 1990년 15%, 2010년 12%까지 감소했다.

또 2010년부터 2012년에 걸쳐 실시된 16개국 아동의 '자립적 이동 능력'을 비교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핀란드가 아이에게 자립적 이동 능력을 가장 많이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어린이들은 7세까지 도보권을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고, 8세까지는 대부분 횡단도로를 건너고 학교에서 혼자 귀가하거나 어두워진 후에도 외출이 가능했다. 또 10세가 되면 대다수가 노선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미국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로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은 1969년 47.7%였지만 2009년에는 12.7%까지 감소했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 데이터에 따르면 15세 미만 어린이의 자살률은 1950년부터 2005년까지 3.5배 증가했으며 2005년부터 2020년까지 2.4배 더 증가했다.

2019년에는 자살이 10~15세 사인 2위를 차지하고 있어 불의의 사고에 이은 사망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실시된 청소년 위험행동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 중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학생의 비율은 18.8% ▲자살계획을 세운 학생의 비율이 15.7% ▲1회 이상 자살미수를 경험한 학생이 8.9%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자살미수를 한 학생 비율은 2.5%였다. 

한편, 아이가 가정에서 자주적 활동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미래 행복을 예측하는 심리적 특징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도 있다. 이에 따르면 자기구축 시간(주로 자유놀이와 관련된 시간)의 양과 '감정제어와 사회적 능력' 및 '2년 후 자율규제'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고의로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놀이(높은 곳에 올라가기 등)를 하는 것은 공포증 발병을 막고 응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유년기 독립적인 활동이 허용된 사람은 그 후의 인생에서의 행복도가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초등학생 시절 자유롭고 모험적인 놀이를 많이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러한 경험이 적다고 응답한 사람에 비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고 자존감이 높으며 성인 후 전체적인 정신 및 육체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유사 연구에서도 소아기 자유놀이의 양이 사회적 성공 및 목표 유연성 척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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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학생 부모의 과보호 정도를 평가한 연구에서는 과보호 양육 스타일과 불안과 우울 정도에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간섭이 많은 부모의 자녀는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아동·청소년기 정신건강과 관련된 최신 논의 대부분은 디지털 기술의 이용 증가, 특히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리뷰에서는 실험 참여자가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 중 하나가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할 뿐,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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