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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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EV) 급속 충전설비를 경쟁 자동차 업체에 속속 개방하고 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가 테슬라의 공공 충전망 '슈퍼차저'를 이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달에는 EV 스타트업 미국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테슬라 규격을 채택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충전기 제작 업체 BTC파워는 2024년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커넥터를 추가할 계획이며,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 차지포인트도 테슬라 방식인 NACS 커넥터에 조만간 대응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스위스 ABBE-모빌리티 북미가 NACS 커넥터 옵션 제공을 위해 현재 설계 및 테스트를 진행중이고, 호주에 거점을 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트리티움DCFC도 급속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테슬라 충전 방식이 빠르게 북미에서 표준 사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 포드· GM 등 2025년 신차에 테슬라식 충전 포트 도입 

현재 테슬라 차량 이외의 EV는 대부분 북미 산업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 급속 충전 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수 십억달러를 투입해 간선도로 충전설비 설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미국 연방정부는 CCS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커넥터 모양은 다르지만 유사한 CCS 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CCS 규격 기반의 충전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정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차지 포인트나 EVgo와 같은 충전소 운영업체에 인프라를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GM과 포드, 리비안 등이 2024년부터 테슬라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전개하는 1만2000개 이상의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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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GM·포드는 현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 3사가 NACS를 채택하면 테슬라 독자 충전 방식을 넘어 바로 미국 내 표준으로 부상하는 셈이다. 

이용을 위해서는 전용 어댑터가 필요하지만 2025년 이후 각 사가 시장에 투입할 EV에 테슬라 규격에 대응하는 충전포트를 기본 탑재할 방침이다. 

◆ 테슬라 'NACS' 충전 생태계 확대 

그동안 테슬라는 독자적으로 'NACS' 규격의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미국 에너지부 발표에 따르면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는 미국 전역 1800곳에 달하며, 충전기는 1만9400여 개에 이른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부 데이터를 인용해 현재 미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의 60%는 테슬라 소유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50개 주 중 처음으로 텍사스주가 연방 자금 수령 조건으로 충전 설비 설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운영 기업에, CCS 규격 외에 테슬라 규격 도입도 의무화했다. 텍사스주는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일론 머스크 CEO에 힘을 실어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국내 전기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는 NACS 채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일 개최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NACS 테슬라 충전 퓨즈는 큰 화두"라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프' 등 산하 브랜드를 가진 스텔란티스는 테슬라 규격을 평가 중이고, 일본 도요타·혼다·닛산자동차도 미래를 위해 다양한 충전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슈퍼차저, 테슬라의 추가 수입원 

테슬라는 2022년 11월까지 충전소를 자사 전기차 독점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충전소 인프라 확충 지원 계획안을 발표하자 NACS의 사양 등을 공개하며 방향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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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충전소를 타사 EV까지 확대시키면 테슬라 입장에서도 추가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분기 결산에서 급속 충전망 네트워크를 포함한 '서비스와 기타 수입'은 전체 매출액의 10% 미만이었다. 테슬라는 현재 충전 수입을 분리해 공표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충전설비 개방 확대에 대해 "도의적으로 옳은 일"이라면서도 "이것이 재무적으로 현명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분명한 것은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다는 북미시장에서 충전 인프라 표준으로 자리잡기 위한 테슬라의 동맹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테슬라 NACS 방식이 북미 표준을 넘어 전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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