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범죄 수사에서 '범인의 자백'은 매우 강력한 증거로 여겨진다. 하지만 때로는 무고한 사람이 가혹한 수사를 견디지 못해 허위 자백을 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연구에서 실험 참여자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가공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심어주면, 그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드라마나 소설에선 종종 경찰 조사의 가혹 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하는 무고한 사람이 등장한다. 현실에도 처음에는 죄를 인정한 사람이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하거나 판결 후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2012년 발표된 과거 연구에 따르면, 용의자를 몰아붙이는 동시에 동정과 이해를 나타내는 '리드 심문 기법(Reid interrogation technique)'을 이용하면 실제로는 하지 않은 잘못을 자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드 심문 기법에서는 용의자의 '행동 평가'를 기초로 심문을 진행한다. 눈을 돌리거나 몸을 숙이거나 팔짱을 끼는 등 용의자 행동을 통해 거짓말 징후를 포착하고 전혀 무관한 질문이나 도발적인 질문을 한다.
이러한 질문에 걸려 거짓 징후를 보이면 용의자를 반복적으로 비난하고 자세히 말하라고 다그치며 모든 부인을 무시하고 질문을 반복한다. 이와 동시에 수사관은 동정과 이해를 표하면서 자백을 이끄는 것이다.
이 외에도 2015년 영국 베드퍼드셔 대학 줄리아 쇼 박사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가짜 사건의 기억'을 심어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대학생 참여자의 '11세~14세 사이에 경험한 특정 사건'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상세한 내용을 공유받았다. 이어 연구팀은 40분간의 인터뷰를 일주일 간격으로 총 3회 실시해 참여자가 10대 때 경험한 임팩트가 큰 두 가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구팀이 참여자와 이야기한 두 사건 중 하나는 설문지를 기반으로 한 '실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는 가공의 사건'이었다.
이 중 가공의 사건은 ▲'경찰을 부를 정도의 폭력 및 도난' 등 범죄 관련 사건 ▲'부상 및 금전 손실' 등 감정적 사건 두 가지로 구분하고 설문에서 참여자가 답한 실제 경험이나 친한 사람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 또 연구팀은 가족과도 연락해 혹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더라도 가공의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실험 참여자는 이후 인터뷰에서 두 사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받았다. 당연히 가공의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워했지만, 인터뷰어는 어쨌든 뭔가 이야기해 보라고 재촉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전략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2차와 3차 인터뷰에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유도한 결과 '범죄를 저지른 가공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부여받은 30명 중 21명(71%)이 실제로는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한 기억을 발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폭력 사건에 대한 기억을 심어준 20명 중 11명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경찰과의 정확한 소통'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한편, 범죄 사건이 아닌 감정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심어준 참여자는 30명 중 23명(76%)이 가짜 기억을 발달시켰다. 가공의 사건에 대해 기억한 실험 참여자는 범죄와 관련된 것과 감정적인 것 모두 유사한 수준으로 세부 사항을 이야기했다.
연구팀은 현실에 존재하는 친구 등을 가공의 사건에 포함시키면 가공의 사건을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일로 착각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쇼 박사는 "이런 상황에선 본질적으로 오류가 나기 쉬운 기억 프로세스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가짜 기억'을 매우 쉽게 생성할 수 있다"며 "일부 참여자는 자신이 저지른 적이 없는 범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고 자세한 설명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허위 기억을 만들어 내는 심문 기법을 실증한 이러한 과거 연구들은 심문 과정에서 사람들이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