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안일한 방사성 오염물 관리 ‘도마’...국내외서 우려↑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서 유실한 폐기물 자루만 최대 13톤

제염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쌓여있는 모습.(교도=연합뉴스 DB)
제염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쌓여있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DB)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강타로 일본은 수십 명의 사상자와 천문학적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우려를 낳은 사건이 있다. 일본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보관해오던 방사성 폐기물이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유실되는 등 원전사고 폐기물 관리 체제의 문제가 드러난 것. 다무라시는 16일까지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유실됐던 방사성 폐기물 자루 19포대 중 17자루를 회수했고, 이 가운데 10자루는 내용물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방사성 폐기물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것이며, 폐기물 자루에는 방사성 물질이 수백kg~최대 1.3톤가량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유실된 정확한 양과 떠내려간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았는데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지며 국내외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한국정부는 일본과의 국장급 협의에서 유실된 방사성 폐기물 관련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 방사성 폐기물 유실 파장...회수한 폐기물 자루 ‘텅 비어’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지난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회수된 폐기물은 용기가 파손되지 않아 환경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현장 및 각 임시보관소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제염 폐기물 유실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
제염 폐기물 유실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6일 환경성과의 합동 조사에서 강가 나무 등에 걸린 10자루를 추가 발견했다. 당국은 이를 내용물 유출로 결론 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자루에 최대 1.3톤의 폐기물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는 최대 13톤이 유실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결국 오염제거 과정에서 나온 흙이나 나무, 풀 등의 물질이 하천을 거쳐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일본 환경성은 17일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 2곳(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와 가와우치무라)에서 방사능 오염 제거(제염) 작업 당시 수거한 폐기물 자루가 일부 유실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에서는 제염 폐기물을 담은 대형 자루 15개가 유실됐고, 가와우치무라에서는 폐기물 자루 18개가 강 하류에서 발견됐는데 이 중 2개는 내용물이 모두 유실된 자루만 남은 상태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염된 흙일본 후쿠시마현에 임시로 보관된 방사성 물질 오염토. 원전사고에 따른 오염물 제거 작업으로 수거된 흙 등이 담겨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염된 흙 등 폐기물 ( 교도=연합뉴스 DB)

내용물 유실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일본 정부에 무책임의 표본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2015년 호우로 이타테무라 임시 보관소에서 제염 폐기물 자루 240개가 유출된 바 있다. 일본은  이후에도 안전하게 벽을 쌓거나 특정 장소에 보관하지 않은 채, 외부에 방치해 온 것이다. 반복된 인재에 방사성 폐기물 보관 방법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원자력자료연구실의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은 방사성 물질 취급에 대한 의식 부재를 지적하며 “건물을 지어 제대로 보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무책임한 일본, “환경영향 없다”  

폐기물 유출이 계속 확인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는 입장이다. 환경성과 다무라시는 “폐기물 자루 임시 보관장 및 자루가 유출된 하천 하류의 공간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주장했다. 

태풍19호 재해대책본부의 오카지마 카즈마사 사무총장은 “고이즈미 환경상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말은 환경성 조사 없이 이루어진 근거 없는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발언이 10개의 빈 자루 발견 전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취지다. 

2017년 12월 25일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서 진행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
2017년 12월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서 진행한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 교도=연합뉴스 DB)

일본 정부가 주변 지역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령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에는 반경 30km 안 출입이 금지되고 철저한 폐쇄가 이루어졌다. 반면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바로 옆까지 복구하겠다고 밝히고 인근 지역 주민들을 돌려보내왔다.  

이런 가운데 방사성 폐기물 외에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에서 강이 범람해 인근 공장(후쿠하라 도금 공장 '엠티아이(MTI)'의 맹독성 물질 ‘사이안화나트륨’ 유출이 확인돼 주민 대피 경고도 나왔다. 사이안화나르륨은 매우 독성이 강한 염으로, 물과 접촉시 맹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16일 오후 8시 기준 MIT측은 공장 배수구 조정 연못에서 리터당 23mg에 달하는 사이안화나트륨이 검출돼 기준치의 46배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고이야마시 보건소는 "현 시점에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대량으로 오염수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은 없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아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후케다 도시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출 기준은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계산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며 “이 기준만 지키면 신체에 영향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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