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 중인 일본…한국 등 주변국 피해
그린피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가장 심각한 위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110만 톤에 달하는 원전에 오염된 물질을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해양 생태계를 다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평양 인근 주변국들의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을 맞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조속한 대응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명우 해양과학 교수)

최근 원전에 피폭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가 수입 제재 유지를 권고하면서 우려했던 후쿠시마産 수산물 수입 부담감이 해소될 전망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을 강행하고 나섰던 일본의 입장은 WTO의 이 같은 결정에 기운이 빠질 형국이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방사능 가득한 불량 수산물 수입을 차단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일 양국이 첨예한 갈등 국면의 중심에 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여부가 일단락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 110만 톤에 대해 일본 정부가 태평양 방류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1톤 화물차 110만대 규모의 어마어마한 오염수 방류 가능성에 당장 환경단체들은 주변국은 물론 심각한 해양 생태계 파괴가 현실화될 수 있는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진설명=후쿠시마 도쿄전력 원자력 발전소 / 야후 재팬
사진설명=후쿠시마 도쿄전력 원자력 발전소 / 야후 재팬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수선 원전 전문가 숀 버니(Shaun Burni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현재 보관하고 있는 110만 톤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을 고려 중이며 이에 한국 정부와 일본 현지 후쿠시마 지역 사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유해한 방사능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며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만약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실행된다면 후쿠시마 지역 뿐 아니라 주변국인 한국 역시 심각한 위험에 노출 될 것”이라며 “일본은 견고한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는 것과 오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가하고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무려 110만 톤이 넘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보관 중인 이 오염수는 오는 2030년에는 20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오염수 처리를 놓고 일본 정부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조사팀은 처리 방법과 비용 등을 분석한 결과 태평양 방류가 가장 비용이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어서 일본 정부는 이르면 연내 가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쿄전력(TEPCO)의 ‘잘못된 선택’…50년 후 재앙이 됐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의 재앙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지난 1960년대 말 원자로 건설에 나선 토쿄전력이 발전소 기단부를 당초 해수면에서 35m 높이 계획을 10m 높이로 선회하면서 시작됐다.

이 어이없는 선택은 도쿄전력이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비롯됐고 발전소 설비를 해수면에 가까울 만큼 낮게 설계한 탓이다.

사진 출처=그린피스 한국사무소

여기에 비상 디젤 발전기를 포함해 터빈 건물 등 발전소 지하 설비는 이보다 14m나 더 낮은 곳에 만들면서 지질학적으로 볼 때 심각한 지하수 문제가 생겼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토목건설 전문 동신 이종배 부장은 “토쿄전력이 상식 밖의 공사를 결정한 것은 토목건설 전문 입장에서 볼 때 상식을 넘어선 선택”이라며 “전형적인 바닷가 지역인 후쿠시마라는 토질을 감안할 때 심각한 지하수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원자로를 이처럼 낮게 설치하게 되면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고 의아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토쿄전력은 수십년간 원전을 가동하면서 원자로 및 터빈 건물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퍼내는 우물 다수를 주변에 설치했다. 이는 원전 건물 주변 지하수 수위를 낮춰 흘러들어오는 지하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거대한 쓰나미가 몰리면서 배수 시설과 펌프가 심각한 손상과 함께 작동을 멈췄다.

그렇다면 방사능 오염수는 왜 생겨났나? 이유는 간단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토쿄전력은 8년의 기간 동안 뜨겁게 달궈진 핵연료 등 데브리(Debris)를 식히기 위해 매일 상당수 규모의 물을 원자로에 쏟아부었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쏟아낸 결과 1~3호기 원자로 건물 내부에는 약 7만 톤 규모의 고준위 오염수가 축적됐고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원자로와 터빈 건물에 남은 오염수 양은 2만 7780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냉각을 위해 쏟아부은 물과 함께 원자로로 흘러든 지하수와 섞여 거대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 물은 데브리와의 접촉으로 방사선을 가진 고준위 오염수로 돌변했다.

110만 톤 오염수 태평양 방류…일본 여론도 들끓어

1톤 화물차 110만대 규모의 방대한 오염수 처리를 놓고 일본 정부와 논란의 당사자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사태를 오는 2020년까지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나섰지만 여론의 불신은 여전히 높다.

모든 오염수를 재정화 하는데 최소 5년~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며 이 역시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으로는 오염수를 철제 탱크에 중장기적으로 저장하고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이 역시 요원한 상태다.

사진 설명=일본 현지 어시장(야후재팬)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설명=일본 현지 어시장(야후재팬)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함

때문에 일본 정부는 110만 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엄청난 규모의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류될 경우 심각한 해상 생태계 현상과 지역 어업 활동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노자키 테츠 회장은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지역 어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정부의 이 같은 시도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고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 행태”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기조를 탐사하고 나섰던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8년이 지난 현재도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110만 톤이 넘는 고준위 오염수 등 방사성 폐기물을 장기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할 방안을 일본 정부가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한편 일본 정부의 오염수 태평양 방류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일본 여론의 반응도 뜨겁다. 과거 태평양에서 다양한 핵 실험 이후 희석된 만큼 방류도 폐기의 방법이라는 시각과 주변국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방류를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물리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 재팬의 관련 뉴스에는 원전 오염수 관련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ニコちゃん大王 네티즌은 “과학자들은 방류로 인한 심각한 악영향이 없다고 한 만큼 태평양 방류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kei*****는 “방사능 오염수는 중화 처리하면 아무 위험이 없고 일반 물과 전혀 차이가 없을 정도다. 언론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찬성의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아이디 deg*****는 “원전 오염수는 결국 부메랑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그 부메랑은 두 번, 세 번 더 큰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태평양 방류에 대해 많은 고민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또 다른 네티즌 kuw*****는 “후쿠시마 원전이 그동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본인 역시 잘 알고 있다.”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는 결코 해서는 안된다. 만일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생긴다면 일본은 더 크게 반발하고 나서지 않겠는가?”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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