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사망·실종에 방사성 폐기물도 유실

나가노현의 시쿠마강 제방 붕괴로 인한 주택가 침수(연합뉴스 DB)
나가노현의 지쿠마강 제방 붕괴로 인한 주택가 침수(연합뉴스 DB)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강타한 일본에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일 년치 강수량의 3분의 1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단 이틀 만에 쏟아지며 곳곳에서 침수피해도 잇따랐다.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하기비스가 그동안 비교적 태풍 피해가 적었던 일본 수도권 지역을 강타하면서 예상 이상의 피해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에 있던 방사능 오염 폐기물 일부가 엄청난 폭우로 강으로 흘러들어가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일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경찰·소방인력·자위대 등을 대거 투입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 강풍·폭우로 수십 명 사망 사고

하기비스가 일본열도에 상륙한 12일~13일 거세게 몰아친 바람과 폭우로 주택들이 무너져 내리고 차량들은 뒤집어졌으며 나무와 전신주들도 힘없이 쓰러졌다.

하기비스로 인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까지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35명의 사망자와 17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침수된 도쿄 북부 카와고에 지역(연합뉴스DB)
침수된 도쿄 북부 카와고에 지역(연합뉴스DB)

이날 요미우리 신문은 사망자를 34명으로 보도했으며 NHK는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31명 사망·15명 실종·186명 부상으로 보도했다. 후지TV는 31명사망·18명 실종으로 전했다.

이처럼 사망·실종자 집계는 같은 시간대라도 매체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집계가 진행되면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며 당국의 피해 집계도 늦어지고 있다. 

후지TV 방송화면 캡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아파트 1층이 침수돼 거주하던 60대 남성이 숨졌고, 지바현 이치하라시에서 돌풍으로 차량이 전복돼 1명이 희생됐다. 도쿄만에 정박중이던 화물선은 침몰한 채로 발견됐다. 외국 국적 승무원 12명 가운데 9명이 발견됐는데, 이 중 5명(중국인)이 사망했다.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에서는 13일 새벽 피난소로 가던 승용차가 침수돼 야마모토 도시코(山本紀子·85)씨가 목숨을 잃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동승한 야마모토씨의 남편과 장녀는 구조됐으나, 야마모토씨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급성심부전으로 결국 숨졌다.

한편,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 등 13개 광역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를 내린 일본 기상청은 현재 이와테현 등 일부를 제외하고 특별 경보를 해제했다.

◆ 동일본 지역서 하천 142개 범람...수도권 5만2000가구 정전

일본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제방붕괴 및 하천 범람 피해도 이어져 14일 오전 6시 현재도 주민 고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19호 태풍 하비기스로 인해 파도가 도로를 덮치는 모습(연합뉴스DB)
​제19호 태풍 하비기스로 인해 파도가 도로를 덮치는 모습(연합뉴스DB)

나가노현 나가노시의 지쿠마강 제방 붕괴로 인해 고령자 약 360명의 고립되며 당국이 구조 활동을 벌였다. 이 사고로 JR동일본 나가노 신칸센 차량센터 부근에 최대 4.3m의 침수가 발생했고, 신칸센 차량 기지도 물에 잠기면서 대기 중이던 고속철도 차량 120량이 침수되기도 했다.

침수된 신간센 차량(연합뉴스 DB)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인근 노인요양시설의 고령자와 직원 등 220여명이 고립됐으나 전원 구조됐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13일 오후 기준 21개 하천의 제방 24곳이 붕괴됐고, 142개 하천이 범람해 일대를 침수시켰다.

한편 강풍과 호우로 송전 설비가 침수 피해를 입어 지바현·가나가와현·시즈오카현 등에서 14일 오전 6시 기준 총 약 5만 2200가구에서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수력 발전소 9곳과 변전소 2곳의 침수 피해도 확인됐다”며 “정전의 경우 20일까지 거의 복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TV는 태풍이 떠난 후에도 대량의 수분을 포함한 토사가 무너질 가능성과 강 하류 수위가 상승해 범람할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도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폐기물, 유실로 ‘태평양행’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2667자루 가운데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루마시는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자루가 임시 보관소에서 100m 떨어진 하천 '후루미치강'으로 떠내려갔다고 13일 밝혔다.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임시 보관하던 방사성 폐기물 자루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임시 보관하던 방사성 폐기물 자루

아사히 신문은 방사성 물질은 엄중한 관리가 요구되는데 그동안 보관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루마시 원자력재해대책실은 "경계를 했지만 예상 이상의 폭우였다"고 해명했다.

유실된 자루 중 10개는 회수했지만 자루 일부는 수로를 타고 강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현 시점에서 총 몇 개가 유실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후루미치강은 중간에 다른 강으로 합류한 뒤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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