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ortheastern Universit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앵무새도 사람처럼 영상통화를 통해 상대 앵무새와 소통하고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앵무새에게 인간 사회와 매우 유사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영국 글래스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반려동물 앵무새끼리 영상통화를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영상통화가 앵무새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고 행복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미국 컴퓨터협회(ACM)가 주최한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 콘퍼런스(CHI 2023)에서 발표했다. 

우선 연구팀은 앵무세 18마리를 대상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싶을 때는 둥지에 마련된 종을 울리도록 학습시켰다. 종이 울릴 때마다 주인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통화할 수 있는 상대(다른 앵무새) 사진을 보여주고, 직접 통화 상대를 선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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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서는 3시간의 훈련 시간을 갖고 앵무새가 부리로 화면을 두드려 상대를 직접 선택해 최대 5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인은 앵무새가 공격 등의 징후를 보이면 즉시 통화를 중단했다. 훈련에 도전한 앵무새 18마리 중 15마리가 영상통화에 성공했고 3마리는 이탈했다. 

앵무새에게 영상통화 방법을 학습시킨 연구팀은 3개월에 걸쳐 앵무새들의 모습을 추적 조사했다.

관찰 기간에 앵무새들은 총 147회에 걸쳐 영상통화를 했다. 앵무새들은 흥미를 보이며 정기적으로 주인에게 영상통화를 요구했다. 

통화 중 앵무새는 상대의 존재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노랫소리를 냈으며, 노래나 비행 등에 관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써먹기도 했다. 또 장난을 치거나 상대에게 자기 장난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주인은 이번 실험이 반려 앵무새의 인생이 전환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래 영상은 실제로 실험에 참가한 앵무새들이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곧바로 앵무새끼리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험 참가자는 앵무새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숙련된 주인이다. 일반인이 반려 앵무새에게 똑같이 영상통화 방법을 알려준다면 태블릿 화면이 산산조각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코카투 앵무새(엘리)와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쿠키)는 금새 친해져, 실험이 끝나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상통화로 교류하고 있다. 또 연구팀에 따르면 영상통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앵무새, 즉 가장 자주 통화 상대로 지정된 앵무새는 가장 많은 노랫소리를 내는 앵무새였다. 일부 앵무새들은 영상통화를 하며 주인의 반응을 관찰하거나, 화면에 비치는 상대 앵무새의 주인에게 애착을 갖기도 했다. 

연구팀의 레베카 클라인버거(Rébecca Kleinberger)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보통 야생에서 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앵무새가 애완동물로 길러지기 시작한 지 아직 1~2세대밖에 되지 않았다. 일부는 고립감을 느끼며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영상통화로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야생에서 살 때만큼 행복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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