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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19년 체포된 이스라엘 출신 사립탐정 아비람 아자리(Aviram Azari)는 2017년경부터 미국에 거점을 둔 환경운동가와 정부 관계자 등 수천 명을 표적으로 한 대규모 해킹 캠페인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자리 용의자는 클라이언트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세계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에 비판적인 환경 운동가 그룹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해킹 캠페인에 대한 엑손모빌의 관여가 의심되고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아자리는 2017년경부터 미국을 거점으로 하는 환경운동가, 금융회사, 변호사, 정부 관계자, 사업가를 대상으로 한 불법 해킹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용주와 해커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했으며, 전신 사기·개인정보 도난·해킹 혐의로 2019년 미국에서 체포됐다.

미국 검찰 당국에 따르면 해당 해킹 캠페인은 거짓 메시지를 보내 개인정보를 알아낸 후 개인 계정에 접근하는 스피어피싱(spear phishing) 수법을 이용했으며, 표적 대상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2019년 체포된 아자리는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2022년 4월 처음으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을 고용한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40여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했음에도 사익을 위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숨겨왔다. 뿐만 아니라 온난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로비단체 GCC(Global Climate Coalition) 설립을 지원한 사실 등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회색 선: 엑손모빌 과학자들이 예측한 지구온난화 예측 데이터/붉은색 선:실제로 관측된 지구의 평균 기온 변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2023.01)

이 같은 사실은 환경분야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인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ICN, InsideClimate News)’가 2019년 입수한 회사 내부 문서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올초에는 하버드 대학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엑손모빌이 1970년대에 작성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예측이 매우 정확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해킹의 표적 중에는 환경보전을 호소하는 록펠러재단 기금이 포함돼 있다. 록펠러재단 기금은 여러 환경 단체들과 함께 '엑손모빌을 알고 있었다(#exxonknew)'는 내용으로 그간 캠페인을 벌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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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재단 책임자인 리 와서만(Lee Wasserman)은 "아자리 용의자의 단독 행동이 아닌, 미국 기업 관계자의 요청 하에 이 같은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엑손모빌과 지지자들이 환경문제에 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exxonknew 캠페인을 펼친 인물을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엑손모빌 홍보 담당자는 "우리는 아자리 용의자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해킹 캠페인에도 관여하고 있지 않다. 또 엑손모빌은 환경보전에 관한 부정행위로 고발된 적이 없다"며 해킹 캠페인 관여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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