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높은 기온에선 공기밀도 낮아져 홈런 더 나와
2050년이면 홈런 연간 192개 증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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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홈런은 야구의 꽃으로 불린다. 높이 날아오른 타구가 스탠드로 사라지는 순간은 타자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각별하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홈런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균기온 상승으로 공기 밀도가 낮아져 타자의 공이 과거보다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은 미국 기상학회보'(BAM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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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메이저리그 10만 경기 분석 결과, 온난화로 홈런 증가 

미국 다트머스대 크리스토퍼 캘러핸(Christopher Callahan) 박사 연구팀은 메이저리그 홈런 수와 기온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홈런 수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30개 팀으로 구성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팀당 연간 162경기를 치르며, 모든 팀을 합치면 총 약 5000경기가 개최된다. 

아래 그래프는 1963년~2022년 경기당 평균 홈런 수를 나타낸 것이다. 전체적으로 홈런은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5년 이후로는 경기당 홈런 수가 1개를 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수가 적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메이저리그 전체의 연간 홈런 수는 5000개 이상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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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의 증가는 '타구 각도가 30도 정도일 때 장타로 많이 이어진다'는 발상에 근거한 플라이볼 혁명과 게임 분석의 정확도 향상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홈런 증가는 선수와 코치의 노력뿐 아니라 다른 환경 요인으로도 좌우될 수 있다.

캘러핸 박사는 "물리학은 단순하고 설득력 있는 추론을 제공한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밀도가 낮다. 공기가 뜨거워지고 분자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공기가 팽창해 분자 간 공간이 넓어진다. 그 결과, 공에 대한 공기 저항이 적어 시원한 날보다 따뜻한 날에 멀리 날아가 홈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공은 따뜻할 때 더 멀리 날아가지만 실제로 기온이 홈런 수와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과학적 조사는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1962년~2019년 MLB에서 열린 10만 번 이상의 경기 및 그날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물론 1960년대 이후 모든 타석 내용을 재현해 온도만을 가지고 홈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볼의 설계, 선수의 스테로이드 복용, 게임 분석, 구장 간 고도차 등 홈런과 관련된 각종 요인과 기온은 연관성이 낮기 때문에, "기온이 홈런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연구팀은 2015년 이후 메이저리그 구장에 설치된 고속 카메라를 통해 타구의 발사 각도 및 발사 속도를 조사함으로써 동일한 발사 각도와 발사 속도를 가진 타구가 기온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했다. 

◆ 온도 1℃ 상승하면 홈런 약 2% 증가

캘러핸 박사는 "고속 카메라 모델은 경기 데이터로 추정한 홈런에 미치는 온도의 영향을 거의 정확하게 재현했다. 관측된 경기 당일의 기온과 홈런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기후모델 실험을 통해 기후 변화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홈런이 발생했는지 추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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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홈런은 1.96% 증가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오후 경기에서 홈런은 2.4% 증가했고, 서늘한 저녁 경기에서는 홈런이 1.7% 늘었다.

아울러 2010년~2019년에 걸쳐 발생한 총 500개 이상의 홈런이 인위적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공기 밀도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 추산에 따르면 이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면 기온 상승 영향으로 2050년까지 연간 192개, 2100년까지 연간 467개의 홈런이 증가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기온 상승과 연간 홈런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세로축이 지구표면 온도(GMST)이고 가로축이 메이저리그 각 구장이다. 전체적으로 기온이 올라갈수록 홈런 수가 늘고 있는 반면, 내부 기온을 조정할 수 있는 '・'로 표시한 돔구장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홈런 수 변화가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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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핸 박사는 "기온 상승은 야구선수, 야구팬, 그리고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온 상승은 야구와 같은 문화적 기준과 기본적인 인간 행복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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