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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침·발열·두통·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환자 중 일부는 감염성이 사라진 후에도 피로감·권태·호흡곤란 등 다양한 후유증이 남는 롱코비드(long Covid)를 겪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의 하나로 집중력 저하와 방향 감각 상실,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이어지는 '브레인포그'(뇌안개, Brain fog) 증상이 보고 되고 있다. 

브레인포그는 피로감과 우울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방치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지난해 8만 명 규모로 능력 측정 시험을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시험 점수가 낮았으며, 특히 인공호흡기가 필요했던 중증 환자의 경우 아이큐(IQ) 7포인트에 해당하는 점수 하락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브레인포그에 대한 승인된 치료법은 없다.

최근 예일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브레인포그를 기존 약물 조합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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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안스텐(Amy Arnstenc) 예일대 의대 교수는 작업 기억력이나 주의력 조절 등의 인지 작업은 뇌의 전두엽 부분(전두전야)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영역은 염증이나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다 높은 인지 기능을 생성하는 뇌 회로는 감각 자극 없이 추상적인 사고 등의 신경 활동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분자적 요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아르망 페샤라키 자데(Arman Fesharaki-Zadeh) 박사는 "롱코비드 환자 치료를 진행하면서 외상성 뇌손상 및 PTSD 치료에 사용해 온 '구안파신(guanfacine)'과 'N-아세틸시스테인(N–acetylcysteine,NAC)' 약물 조합이 브레인포그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구안파신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의약품으로 전두전야 접속을 강화하고 염증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는 ADHD 환자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아니지만, 전두전야 기능부전과 관련된 기타 질병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또 N-아세틸시스테인은 강력한 항산화제 및 항염증제로 전두전야 치료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2020년 6월 심한 브레인포그를 호소하는 롱코비드 환자를 진찰했을 때 페샤라키 자데 박사는 뇌진탕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외상성 뇌손상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N-아세틸시스테인으로 치료를 시도한 결과, 환자는 즉시 기억력 개선을 보고했다. 여기에 N-아세틸시스테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안파신을 추가했더니 브레인포그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예일대 의과대 연구팀은 코로나 후유증인 롱코비드 증상으로 브레인포그를 호소하는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구안파신과 N-아세틸시스테인 조합을 통한 치료를 시도했다.

페샤라키 자데 연구원은 환자에게 취침 시 1mg의 구안파신을 복용하고 강한 부작용이 없으면 한 달 후 용량을 2mg으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이와 함께 1일 1회 600mg의 N-아세틸시스테인을 복용하도록 했다.

두 명의 환자는 저혈압이나 어지럼증 같은 구안파신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고, 또 다른 두 명도 불특정 이유로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치료를 지속한 8명의 환자 모두 기억력과 멀티태스킹 능력 등에 큰 개선을 보였고, 일부 환자는 완전히 브레인포그가 사라져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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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위약을 처방받은 대조군은 없지만, 한 환자는 부작용으로 일시적으로 치료를 중단했을 때 인지장애가 재발했고 치료를 재개하자 브레인포그가 다시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안스텐 교수는 "위약을 사용한 대조 시험은 아니었지만, 해당 사례는 치료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라 실제 약의 효과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구안파신과 N-아세틸시스테인 조합이 브레인포그의 치료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두 약물 모두 미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오랜 기간 사용돼 왔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을 결정하면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페사라키-자데는 "롱코비드 치료법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기존 약물 조합으로) 개선될수록 이 정보를 전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다"며 "임상 참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진료를 받는 의사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 약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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