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美데스밸리 국립공원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서부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멕시코 태평양 연안에서는 높이 1m 미만의 쓰나미가 관측됐고, 22분 뒤 2400km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사막 쓰나미(Desert Tsunami)'로 불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매우 덥고 건조한 지역으로 가혹한 사막 환경에 적응한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공원 내 네바다주 지역에는 해발 고도 730m 지점에 '데블스 홀(devil’s hole)'로 불리는 석회암 동굴이 있으며, 그 안에는 연중 수온 33도 정도의 웅덩이가 존재한다. 

아래 사진이 데블스홀 입구를 촬영한 사진이다. 동굴 입구는 상당히 좁고 안쪽 웅덩이도 길이 21.3m,넓이 3m 정도지만 깊이는 130m 이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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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11시 5분 멕시코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마침 데블스 홀에는 생물학자 앙브르 차우도인(Ambre Chaudoin) 등이 방문한 상태였다. 그는 지진 발생 5분 만인 11시 10분 사막 쓰나미로 불리는 현상을 데블스 홀에서 확인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아래가 현장에서 촬영된 실제 영상이다. 

국립공원 측은 "기술적으로 '부진동(seiche)'으로 알려진 파도가 높이는 최대 1m 이상, 시간은 약 30분 정도 지반과 퇴적물을 뒤흔들었다"고 밝혔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처럼 건조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부진동은 '사막 쓰나미'로 불리기도 한다.  

데블스 홀은 세계 지진 활동의 '특이 지표(an unusual indicator)'로, '불의 고리(Ring of Fire)'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나면 물결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일본·호주·칠레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을 아우르는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조산대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 지진의 90%, 화산의 75%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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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 발생 이틀 뒤 멕시코에서 발생한 진도 7.0의 또 다른 지진에는 사막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막 쓰나미는 진원 위치나 깊이, 크기 등에 좌우된다.  

한편, 사막 쓰나미는 데블스 홀 얕은 물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민물고기 펍피시(Devils Hole pupfish/Cyprinodon diabolis)에 악영향을 미칠 영향이 있다. 

국립공원관리청의 수생생태학자인 케빈 윌슨은 "펍피시는 최근 몇 년간 이번과 같은 사건을 경험했지만, 물결이 멈춘 뒤 죽은 물고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펍피시의 먹이인 물속 암벽에서 자라는 조류는 이번 사막 쓰나미 영향으로 물결에 쓸려 사라져, 먹이 공급이 당분간 감소할 전망이다. 

공원 측에 따르면 데블스 홀 펍피시는 약 10년 전에 개체 수가 35마리까지 감소했으나 올해 3월 조사에서는 175마리까지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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