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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문어가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앞선 연구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문어가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뇌구조와 높은 인지 능력을 가진 특별한 유기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문어의 영리함은 인간의 뇌에도 존재하는 점핑 유전자 '트랜스포존(transposon·전이인자)' 때문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BMC 생물학(BMC Biology)'에 발표됐다.

문어는 8개의 촉수에 뇌에 버금가는 수의 뉴런을 가지고 있어 각각의 촉수의 신경절이 독립적이고 상호 연계되는 복잡한 '분산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함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이탈리아 생물학 연구소인 '스타지오네 주올로지카 안톤 돈(Stazione Zoologica Anton Dohrn)'의 그라지아노 피오리투(Graziano Fiorito) 박사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문어의 세포 내에 있는 유전물질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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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참문어(Octopus vulgaris)와 캘리포니아 문어(Octopus bimaculoides) 뇌의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에서 인간과 동일한 트랜스포존이 발견됐다. 

트랜스포존이란 유전체(genome) 상에서 DNA 배열로 점프하듯 이동하기 때문에 점핑 유전자라고도 불린다. 가령 인간 유전체의 약 50%, 옥수수 유전체의 약 90%가 트랜스포존이지만 대부분은 진화 과정에서 변이를 거듭하면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이동 능력도 없는 휴면상태다. 또 상처가 없더라도 세포 방어 작용에 의해 차단된 것이 대부분이다. 

트랜스포존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긴 반복 배열 핵 성분(LINE·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이며, 인간에게는 LINE이 100개 정도 있다. 기존에는 LINE을 과거 특정 기능을 다한 흔적으로 여겼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LINE이 뇌 학습 기능 및 해마에서의 기억 형성에 중요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에 두 종류의 문어 뇌에서 발견된 트랜스포존도 이 LINE 트랜스포존이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지오반나 폰테(Giovanna Ponte) 박사는 문어의 뇌에서 활동적인 점핑 유전자를 발견한 것과 관련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 인간의 해마에 해당하는 문어의 수직엽 부위에서 LINE 계열의 강력한 신호를 발견했을 때 너무 경이로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문어는 척추동물과는 먼 종이지만 척추동물과 유사한 행동과 신경의 가소성, 즉 유연하게 변화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문어가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상황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된 유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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