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모델은 '잠자리 뇌'?
차세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모델은 '잠자리 뇌'?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1.08.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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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unsplash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이라고 하면 인간의 뇌와 유사한 혹은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성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샌디아 국립 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 소속 프랜시스 챈스(Frances Chance) 박사는 인간의 두뇌가 아닌 '잠자리의 뇌'를 모델로 한 AI를 개발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전체 860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곤충은 기껏해야 수십만~100만개의 뉴런을 가졌지만 특정 작업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된 연구에 투입된 챈스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잠자리의 뇌'를 참고로 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챈스 박사는 "AI는 인간의 활동을 모방하거나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정교한 AI 개발에는 고성능 컴퓨터의 엄청난 처리 능력이 필요하고 머신러닝을 위한 비용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 신경망(Neural network)의 역할이 반드시 크고 복잡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고 세련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특정 기능에 특화한 AI라면 반드시 모든 분야에서 인간에 필적하는 능력을 구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순한 신경망으로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곤충의 능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잠자리는 비행하며 먹이를 잡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격을 시작한 사냥감은 95%의 성공률로 포식해, 하루에 수백 마리를 먹는다. 

미국 기관도 잠자리를 모델로 한 드론을 개발한 바 있고, 잠자리의 비행 능력에 주목하고 있는 과학자도 다수 존재한다. 챈스 박사는 먹이 포획에 뛰어난 잠자리의 '뇌'에 주목하고 있다.

먹이를 쫓을 때 잠자리는 상대 움직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데, 이때 반응 속도는 50밀리초(millisecond, 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눈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나서 근육을 움직이는 시간을 고려하면 잠자리의 뇌는 불과 3~4층의 뉴런만으로 먹이와 자신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적절한 추적 경로를 산출해 움직이는 것.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잠자리가 먹이를 쫓는 시스템을 신경망으로 재현할 수 있다면 미사일 무게와 소비 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적절한 궤도를 계산하는 요격 미사일 시스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또 민간 용도로는 자율주행차와 자율형 드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나 방해가 되는 벌레를 추적하고 격퇴하는 소형 드론 등에 탑재할 수 있다. 

챈스 박사는 잠자리의 뇌를 모방하기 위해 신경계를 대체할 3층의 신경망을 구축하고, 잠자리가 먹이를 잡기 위해 눈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과정부터 시뮬레이션했다. 

신경망 1층에는 눈의 입력을 나타내는 총 441개(21×21)의 뉴런을 배치하고, 1층에 배치한 또 다른 441개 뉴런은 먹이가 시야 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 

신경망 2층은 19만 4481개의 뉴런이 1층에서 받은 사냥감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내(잠자리) 몸을 어디로 이동할지'를 결정하고 처리한다. 이때, 잠자리는 단순히 먹이의 뒤를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행 방향에 시야에 들어온 먹이의 모습을 고정해 그려보고 최적의 포획 위치를 파악한다. 

신경망 3층에서는 처리한 정보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 위한 명령을 내린다. 먹이를 잡을 때 잠자리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잠자리(검정색)가 먹이(빨간색)를 쫒기로 하면......

진로를 바꾸고 먹이와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채 이동한다. 

시야 안에 들어온 먹이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이후 진로에서 먹이와 충돌해 포획할 수 있다. 실제로 챈스 박사가 신경망을 테스트한 결과, 매우 단순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3차원 공간에서 무작위로 움직이는 먹이를 잘 잡을 수 있었다.

챈스 박사가 개발한 모델은 가설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잠자리의 뇌와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비행 중 잠자리 신경계의 전기 신호를 측정해야 한다. 현재 일부 연구자들이 잠자리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측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잠자리 뇌와 모델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자리는 시야에 복수의 먹이가 존재해도 특정 먹이만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AI에 추가 정보를 제외하고 특정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해 간단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또 잠자리는 인간보다 몇 배 높은 프레임 속도(frame rate)를 자랑하지만, 공간 분해능(spatial resolving power)은 인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3차원 공간을 이동하는 먹이를 잡는 작업에 공간 분해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특징들을 토대로 효율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챈스 박사는 주장한다. 

챈스 박사는 "초기 AI는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됐지만, 오늘날의 AI는 인간의 뇌와는 다른 계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곤충은 언뜻 단순한 동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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