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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미국 정부가 UFO, 즉 미확인비행물체 관련 조사를 오랫동안 진행해온 것은 공공연한 금기였다. 인류의 UFO 목격담은 냉전 구도 속에서 정부 기관에 의해 차례로 부정되고 축소되고 은폐된 역사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21년 6월 드디어 미국 정부가 UFO의 실체를 인정한 최초의 공식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UFO 음모론이 드디어 낙인을 벗었다는 의미에서 UFO 전문 추적기자 레슬리 킨을 비롯해 오랜 UFO 연구가들의 염원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UFO와 외계와의 관련성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대신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탐구의 대상으로 UFO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 UFO 목격담을 둘러싼 진실 공방

UFO는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봤을 주제이자, 수많은 목격 사례와 함께 여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기도 하다. 

마니아 중에는 UFO가 이미 성경 속에서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1974년에 출판된 'The Spaceships of Ezekiel(에스겔의 우주선)'의 저자이자 NASA 엔지니어 출신인 요세프 F. 블롬리치(josef F. blumrich)는 구약성서 에스겔서 1장에 나온 내용은 예언자가 본 하나님에 대한 묘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고대 우주선과의 조우라고 주장한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Spaceships of Ezekiel(amazon)

데이비드 마이클 제이콥스는 1974년 간행된 'UFO 논쟁사'에서 1896년부터 이듬해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하늘을 나는 배'에 대한 목격이 이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시대를 불문하고 기록 속 UFO는 항상 인류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능력을 과시한다. 

현대에 접어든 이후 UFO 최초 목격 사례는 1947년 6월 24일이다. 이날 소형비행기를 조종 중이던 민간 비행사 케네스 아놀드(1915∼1984)는 레이니어산 근처에서 9개의 물체가 완만하게 편대를 이뤄 비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놀드에 따르면 물체는 부메랑 혹은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음속의 2~3배 속도로 이동했다. 이를 보도한 신문이 '비행 접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UFO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인 '로스웰 사건'은 같은 해 7월 발생했다. 미 뉴멕시코주 로스웰의 한 목장에 추락한 물체가 외계인 우주선 잔해란 주장이다.

미 정부는 추후 기상관측용 대형 풍선이 추락한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네바다주의 공군 비밀 기지인 51구역으로 옮겨 조사하면서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UFO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키는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swell Daily Record(1947.07)

이후 미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UFO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UFO 관련 보고 중 일부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반대로 외계에서 왔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존재하지 않았다. 군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 일부 과학자들은 성간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어졌다. 아놀드의 UFO 최초 목격 1년 후, 이스턴 항공 DC-3 파일럿 두 명이 거대한 빛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 후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방향을 틀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다른 항공기 조종사들과 지상의 몇 명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이는 UFO가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된 첫 사례다.

1952년 7월에는 UFO 함대가 백악관 상공을 침범했다는 목격담이 연이었고, 이 소식은 당시 뉴욕타임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듬해 1월 CIA는 비밀리에 캘리포니아 공대 수리물리학 박사인 하워드 P 로버트슨을 단장으로 하는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목격담 속에 미 정부는 내부적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비밀리에 UFO 조사에 착수했다. 1948년 라이트 패터슨 공군 기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사인'을 시작으로, 1952~1969년 '프로젝트 블루 북'을 통해 17년 동안 약 1만2000건을 조사했고 이 중 701건이 원인불명으로 남았다. 

UFO 보고사례의 95%는 구름이나 기상 관측용 풍선 등이었으며, 나머지 5%는 분석에 힘썼음에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남았다. 

미국 정부는 결국 UFO를 더이상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알려진 바로는 2007년 ‘고등 항공우주 위협 식별 프로그램’(AATIP)을 시작하기 전까지 38년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지 않았다. 

◆ 음모론 벗은 UFO 논쟁...美정부, 첫 인정

2017년 12월 레슬리 킨과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가 신문 1면에 미 국방부가 UFO 전담부서를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구체적이고 끈질긴 탐사 보도 이후 미국 정부는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지만, 국가 안보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UFO의 실체를 인정했다. 민간 목격 사례는 배제되었으며 2004년 11월~2021년 3월까지 해군 조종사들의 UFO 목격 사례 144건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아래 동영상은 목격 사례로 검토된 일부 영상이다. 

미 정부는 UFO 대신 '미확인비행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으로 표현하며, 외계에서 온 UFO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군의 다양한 교육의 장에 침입 혹은 조종이 목격된 미확인 또는 무허가 비행물체에 붙이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비행체의 움직임은 새로운 기술이라고 인정했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UAP 보고서 첫 페이지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

결론적으로 보고서의 핵심은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해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UFO와 외계와의 연관성을 인정할 증거도 없지만 이를 부정할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UFO 실체 규명 위한 '갈릴레오 프로젝트' 출범 

미국 정부가 UFO를 인정한 지 한 달 만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UFO의 과학적 규명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하버드대 천체물리학과 교수인 에이브러햄 로엡이 주축이 된 연구팀은 UFO를 포함해 외계 기술 문명의 증거를 찾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캘리포니아공대·영국 케임브리지대·스웨덴 스톡홀름대 등 전 세계 천체물리학자들이 참여한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하버드대

프로젝트명인 갈릴레오는 지동설로 인류의 우주관을 바꿔 놓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UFO 정체의 본질을 파악하기엔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을 아낀 미국 정부의 뒤를 이어 과학자들은 UFO를 식별하기 위해 지구 곳곳의 망원경 시스템 수십 대를 연결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이를 분석할 계획이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2017년 태양계를 스쳐간 미지의 성간천체 '오우무아무아(Oumuamua)'도 심층 연구 대상이다. 오우무아무아는 혜성의 특징인 가스 방출이 없고, 소행성처럼 포물선 궤도 비행도 없었으며, 천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길쭉한 모양으로 일각에선 UFO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엡 교수는 "우리 은하에 인류보다 앞선 기술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며 "하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규명하는 것은 과학자의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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