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양사(SKI·LG에너지)의 이번 합의가 보여줄 시너지요? 당연히 클 수밖에 없죠. 2년에 걸친 분쟁 과정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호시탐탐 노렸던 중국(CATL)을 비롯한 경쟁사들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의 화해 효과는 분쟁 이전보다 더 큰 위협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 투자증권 연구원)
K-배터리의 위상을 보였던 SK이노베이션(이하 SKI)와 LG에너지솔루션(LG에너지)의 2년에 걸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충분했다.

솔직히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논란을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올라간 것 자체만으로도 분쟁의 당사자인 SKI와 LG에너지는 물론 대한민국 국격까지 실추되는 국제적 망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길고 긴 분쟁의 터널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탕 싸움을 펼치고 있던 SKI와 LG에너지가 손을 맞잡고 합의에 나섰다.
사실상 싸움을 종식하고 양사간 보유한 기술력을 집중시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상호 선의적이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반색 일색이다. 장고의 분쟁을 지켜보며 답답한 심정으로 기사를 적어 내려갔던 언론 역시 이 반가운 소식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대 핵심 기술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아낌없이 전하고 있다.
물론 화해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경쟁 관계로 시장 점유율을 놓고 ‘날 선 대립각’을 세웠던 두 기업이 분쟁의 칼을 거둬들였지만 2조 원 규모의 배상금에 SKI는 쓴 속을 애써 달래야 하고 배상금을 받게 된 LG에너지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배상금에 아쉬움을 못내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양사의 이 같은 속내와 달리 이번 합의를 지켜본 여론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2조 원의 배상금에 속이 쓰린 SKI와 부족하지만 감내하며 이를 인정해야 하는 LG에너지가 화해와 협업의 도화선은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주도할 수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증권가는 SKI와 LG에너지의 화해의 시너지가 몰고 올 배러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지난 11일 공식 합의 발표 하루만인 12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24%(3만 1500원) 상승한 26만 9500원, LG에너지솔루션은 0.74% 상승한 81만 8000원으로 기록하며 나란히 상승한 점에서 알수 있다.
‘K-배터리’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만의 명사가 아니다. ESG 경영의 핵심인 ‘친환경’을 강조한 미래 최대 먹거리 산업임에 분명하다.
때문에 갈등을 봉합하고 상호 선의적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양사의 이번 합의는 Made in Korea라는 국가 브랜드를 장착한 전 세계 고객사들의 전기차를 통해 기업의 이익은 물론 국익까지 동시 이뤄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