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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결국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뜨겁게 달궈진 핵연료 찌꺼기를 식히기 위해 투입하고 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한없이 불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 쌓인 오염수는 125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저장하는 대량의 탱크가 폐로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자국 안전 기준을 강화 적용해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초래할 생태계 전반의 위험의 본질과 그 폐기의 영향을 둘러싼 불투명성, 나아가 결정 과정에 대한 소통 부족 등에 대한 거센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 오염수 희석해 방출...2년 후 방류 시작 

교도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3일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시설로 정화한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관계 각료 회의에서 결정했다.

일본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시설을 통해 오염수를 정화했다며 '처리수'로 순화해 부르지만 처리수에도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는 잔존한다. 이에 일본은 바닷물을 섞어 희석한 뒤 방출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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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방사선량을 1리터(ℓ)에 1천500 베크렐(㏃) 미만, 국가 기준의 40분의 1 이하까지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수질 지침의 7분의 1정도로 트리튬 농도를 희석하면 1년에 방출하는 삼중수소의 양이 사고 이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설정한 기준을 밑돌게 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장 내년이면 오염수 저장 탱크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며 향후 폐로 작업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폐로 과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처리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물탱크에 보관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대형 물탱크에 보관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실제 방출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 2년 후 정도부터 방출이 시작돼, 일본 정부가 폐로(廢爐) 작업의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2041∼2051년까지 점진적으로 방출된다.

◆ 자국민 타격은 배려?....'도쿄전력 배상' 계획까지 

일본은 어민과 관광업 관련 종사자의 반발을 의식해 배출 목표치가 유지되도록 정부와 도쿄전력이 감시를 강화하고 오염수 배출로 인해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4월 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한 기시 히로시(岸宏)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해양 방출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닷물로 희석해 방출하는 방안 자체도 자국내 수산물 소비 급감 및 관광산업에 피해를 우려해 기본 방침에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피해 상황이 생길 경우, 도쿄전력이 이를 배상하는 등 신속한 대응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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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일본 내에서도 거센 반발과 상당한 진통 속에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 현지 어민과 시민단체가 앞장서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全漁連)는 이날 "7일 반대 입장과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음에도 결정된 사실에 큰 유감을 표한다. 정부의 결정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앞으로도 반대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리피스 재팬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및 아시아 태평양 시민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후쿠시마현의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은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본 시민의 상당수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자국의 문제만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한·중, 해양 방출 결정 비난...'무책임한 태도' 

BBC는 "몇 년에 걸친 논의 끝에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방출 계획은 완료까지 수십 년이 걸릴 전망이다"라며 "현지 어업 단체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이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24개국의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특히,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은 오염수 방출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측의 방류 결정 및 관련 절차 진행 과정을 지속 예의주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지속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은 간담회를 통해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조치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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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오염수 영향에 대한 예측도 한층 고도화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해양 방출 관련 세부 정보를 입수하는 즉시 방사성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 여부 등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단시간 내 과학적으로 분석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외교부도 13일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산케이 신문은 "중국 외교부가 일본이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지극히 무책임한 방식으로 주변국 국민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에도 "국제 공공 이익 및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일본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처리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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