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1951년 12월 20일 미국 아이다호주(州)의 원자로 'EBR-I'가 세계 최초로 가동에 성공, 4개의 전구를 점등시키며 새로운 원자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30건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다.

독일 과학 유튜브 채널 '크루츠게착트'(Kurzgesagt)가 "원자력 발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가?"라는 주제로 원전 사고에 대해 해설했다. 

원자력 사고는 방출된 방사성 물질·화학물질의 양·사상자 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만든 '국제 원자력 사건 등급'(INES: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에 따라 사고 크기의 척도가 정해져 있다. 

INES는 1990년 개발되어 시범적용을 마친 후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60여 개국이 원자력사건 등급평가에 사용한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이 체계를 도입하여 사건 등급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OPIS(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INES는 0에서 7까지 분류되어 있으며, 1∼3등급 사건을 고장(Incident), 4등급 이상의 사건을 사고(Accident)로 정의하고 있다. 최고 위험 단계인 7등급은 옛 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2건만 분류되어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원자로 기술은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 대응이 늦어 피해 규모가 막대했다.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체르노빌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인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약 9천명이다. 피폭으로 사망 또는 미래에 사망할 피해자 수를 지금까지 다양한 기관이 산출했는데, 유럽 녹색당(European Green Party)이 2006년에 발표한 TORCH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수는 3만~6만 명에 달한다. TORCH 보고서는 이후 몇 차례 논의와 개정을 거쳐 2016년 기준 피해자 수를 중간값인 4만 명으로 발표했다.

크루츠게착트의 영상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가장 비관적인 예측은 벨라루스 연구자들이 발표한 수치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암으로 숨진 사람들을 포함하면 체르노빌 원전의 재난 사망자는 11만 5천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아직까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고 있다.

사상 두 번째로 큰 원자력 사고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다.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보다 우수한 기술과 보안 체제를 갖췄고, 직원 및 정부 대응도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했다고 크루츠게착트는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계 구역과 피난 지시 지역이 체르노빌보다 좁고,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져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피해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Kurzgesagt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역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2012년 요미우리 신문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에서 573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당시 현지 언론은 573명의 사인은 방사선이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 재해로 인한 스트레스 등 정신 질환 때문이라고 전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요미우리 신문

후쿠시마 제1 원전 주변 20km 이내의 사람들은 동일본 대지진 공포 속에서 피난을 떠나야 했고 특히 노인들이 위험에 노출됐다. 사고 주위 20km 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65%가 60세 이상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 및 미래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 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보다 훨씬 적게 집계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회지'(Energy&Encironmental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향후 사망자 수 예측 최소값과 최대값 평균은 1000명 정도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Energy&Encironmental Science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선에 의한 아동의 갑상선암 다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WHO가 2013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실제로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다른 암에 비해 70%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WHO는 "사건 발생 이후 18세 이하의 후쿠시마 현민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 검사를 매년 진행했기 때문에,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위험까지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했다. 또 2018년 조사에서 사고 당시 18세 이하였던 32만 4301명 중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은 187명으로 확인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Kurzgesagt

크루츠게착트는 화력·풍력·수력 등 기타 발전 방법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픈 액세스 통계 사이트 'Our World in Data (OWID)' 등의 조사에 따르면, 수력 발전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수십만 명, 화석 연료에 의한 대기 오염으로 약 1억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크루츠게착트는 "원자력 발전의 이용에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며, "원자력 발전소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핵폐기물 저장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