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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체중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원하지 않는 체중 변화를 가져오는지 뉴욕주립대 영양학부 리나 벡다쉬(Lina Begdache) 교수가 호주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해설했다. 

2021년 3월 미국 심리학협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시작 이후 미국 성인의 61%가 "원치 않는 체중 변화가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가 평균 29파운드(약 13.1kg)의 체중 증가를, 반대로 18%가 평균 26파운드(약 11.7kg)의 체중 감량을 보고했다.

또 3월 22일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2020년 2월~6월에 걸쳐 미국에 거주하는 269명의 실험 참여자를 추적해 팬데믹 기간 동안 체중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의 체중은 평균 한 달간 1.5파운드(약 680g)씩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식생활·라이프스타일·스트레스·불안·우울증 등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백다쉬 교수는 팬데믹 동안 체중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미국은 2021년 4월 6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5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1월 미국 심리학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에 사는 성인의 약 84%가 "지난 2주 동안 불안과 슬픔, 분노 등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감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가 체중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에 의해 촉진되는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이 원인이라고 백다쉬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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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도피 반응 자체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습득한 것이며, 포식자 등의 스트레스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식량 부족과 같은 만성 스트레스 적응하도록 한다. 

이 반응이 나타나면 스트레스에 대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기 위해 세로토닌·도파민·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및 뇌내의 화학 물질 수준이 감소한다. 

구체적으로 세로토닌은 감정과 식욕, 소화를 조절하기 때문에 감소하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도파민은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를 조절해 도파민이 감소하게 되면 운동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 등에 대한 의욕이 저하된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촉진하는 호르몬 일종으로 분비량이 줄어드는 경우 수면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투쟁-도피 반응으로 분비가 자극되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은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변화를 매개해 조울증과 식생활 변화를 일으키거나 목표 지향적 동기를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로 인해 투쟁-도피 반응이 나타나면 호르몬 분비 체계가 크게 흐트러져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음식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고 백다쉬 교수는 설명했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도된 체중 증가는 고칼로리 식품의 과식이 주요 원인이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단기적으로 세로토닌 분비량이 증가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행복감은 일시적인 것이며, 사람들은 곧 새로운 음식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는 사이클에 빠져 체중이 계속 증가하는 것. 

한편, 사람의 음식 소화는 뇌에서 복부에 도달하는 미주신경(Nervus vagus)을 통해 조절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미주신경을 통과하는 신호를 억제해 소화 프로세스를 지연시킨다. 이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큰 포만감을 느껴 체중 감소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벡다쉬 교수는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갇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에는 많은 음식이 존재하고, 이 시나리오에 스트레스 요인을 더하면 체중 변화로 이어질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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