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현실이 된 SF 영화 '가타카'....크리스퍼가 온다
#23. 현실이 된 SF 영화 '가타카'....크리스퍼가 온다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1.03.28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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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가타카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내가 너보다 멀리 갈 수 있는 것은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야" (영화 '가타카' 빈센트 대사 中)

유전자 편집 기술 발달로 신분까지 결정되는 미래상을 그린 '가타카'(1997년)는 SF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영화는 유전자가 사회적 신분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열등하게 태어난 주인공이 끊임없이 분투하며 운명에 맞서 우주비행사가 되는 과정을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타이틀인 가타카(Gattaca)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아데닌(Adenine), 티미(Thymine), 구아닌(Guanine), 시토닌(Citonin)의 알파벳을 조합해 만든 단어다. 

◆ 최첨단 유전공학 미래를 그린 가타카

영화 속 배경은 출생 전에 태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예상 수명·지능·성격 등을 확인한 후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미래사회다. 

부모의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 프리만(에단 호크)은 출생과 동시에 ‘부적격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최고의 우성인자들이 가득한 사회 속에서 그는 언제나 낙오자일 뿐이다.

빈센트는 예상 수명이 서른 살에 불과하며, 심장질환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가정에선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동생과 늘 비교당하고, 사회생활에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청소부 생활을 전전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가타카 

유일한 꿈인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없는 운명에 좌절하지만, 빈센트는 결국 미래에 반기를 들고 우월한 유전인자의 신분을 빌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목숨 건 도박을 시작한다. 

브로커를 찾아간 빈센트는 우성인자를 가졌으나 사로고 하반신이 마비된 제롬 유진 모로우(주드 로)를 만나 자신을 지우는 철저한 연습과 키를 늘리는 수술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신분을 위장하는 데 성공한다. 빈센트가 거짓 유전 정보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한 이후 영화는 스릴러의 성격을 띠며 정체가 들키지 않을까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인생은 그런 거였다. 매일 밤 난 내 피부조직, 손톱 머리카락을 벗겨냈다. 내 직장에 흘려서 나의 열성인자가 발견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했다" (영화 '가타카' 빈센트 대사 中)

제롬으로 변신한 빈센트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면서 토성 탐사 전에 이루어진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다. 제롬의 유전자로 출발했지만 본인의 힘으로 우주 비행선에 몸을 실은 빈센트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빈센트를 통해 감독은 인간의 노력이 변수를 만들고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금기 깬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 

가타카 속 세상은 영화가 나온 90년대 후반만 해도 허무맹랑한 공상 속 이야기로 치부됐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크리스퍼는 변형된 핵산분해효소를 통해 유전체 특정부위의 DNA를 제거·첨가·수정하는 기술이다. 최근 딥러닝 등 AI 기술의 발전 속에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의 분석이 현실화되면서 관련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 영화 가타카 속 이른바 '맞춤형 아기'로 대표되는 윤리적 문제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18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제2회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선천적으로 에이즈(HIV) 내성을 가진 쌍둥이 여아 출산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발표해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사회적 파장은 거셌다. 인간 배아를 이용한 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 속에 강행된 실험에 많은 이들이 충격과 분노를 느꼈지만, 과학계 일각에선 생명공학 진일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린 것일까? 인위적 유전자 조작이 과연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반인륜적 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유전자편집과 줄기세포 등 바이오 기술 관련 연구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복제 원숭이 탄생에 이어, 유전자 편집을 통해 'BMAL1' 유전자를 제거해 주기성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장애를 가진 원숭이 복제에도 성공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크리스퍼의 등장 이후 유전자공학은 진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인간을 ‘디자인’하는 SF 속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계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유전적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인간 사회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공포로 다가온다. 분명한 것은 크리스퍼 기술이 내포한 놀랍고도 강력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크게 변화할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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