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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포유류’로 불리는 오리너구리의 유전자(게놈) 지도가 발표됐다. 

호주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오리너구리는 매우 특이한 동물이다. 성염색체가 5쌍이며 조류나 파충류처럼 알을 낳고, 새끼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모유로 성장시킨다. 마치 땀을 흘리듯 피부에서 모유를 분비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 이빨이 없으며 배뇨·배변·생식을 하나의 구멍으로 해결하는 단공류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2008년 염기 서열이 결정된 오리너구리 수컷의 유전자 지도를 분석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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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현생 포유류는 단공류·유대류·태반 포유류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인간은 마지막 그룹에 속한다. 유대류와 태반 포유류는 모두 태생동물로 새끼를 낳지만 단공류는 알을 낳는다. 현재 알려진 5000여 종의 포유류 중 알을 낳는 동물은 오리너구리 1종과 바늘두더지 4종으로 전체 포유류의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세 그룹이 언제부터 나누어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단공류가 먼저 분열된 후 유대류와 태반 포유류가 그 뒤를 이었다"는 설과 "동시에 3가지로 진화했다"는 설이 있다. 따라서 오리너구리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은 포유류 진화의 궤적을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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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공류인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공류 전체가 약 1억 8700만 년 전에 유대류와 태반 포유류에서 분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반수생(半水生) 동물인 오리너구리는 1억 년 이상 모습에 변화가 없다. 

오리너구리는 5쌍의 성염색체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이 염색체 정보를 인간·주머니쥐·태즈메이니아주머니너구리·닭·도마뱀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오리너구리의 성염색체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보다는 닭과 같은 조류와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오리너구리가 포유류와 조류 사이 진화의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오리너구리는 알로 새끼를 낳아 모유를 먹여 키운다. 알의 노른자(난황)를 만드는 데는 본래 비탈로제닌 유전자가 3개가 필요한데, 유전자 분석 결과 오리너구리는 비탈로제닌 유전자를 약 1억 3000만 년 전에 잃어 현재는 1개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오리너구리는 모유의 성분인 카제인을 발현하는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 

즉 오리너구리는 비탈로제닌 유전자 1개와 카제인 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포유류지만 알을 낳고 모유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 일원이자 중국과학원 쿤밍 동물연구소 연구원인 장 궈지(Zhang Guojie) 박사는 "현존하는 모든 포유류의 모유 생성은 1억 7000만 년 전에 공룡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조상의 유전자에서 유래한 유전자를 통해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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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이 없어 주둥이로 먹이를 씹는 오리너구리는 약 1억2000만년 전에 치아 발달 유전자 8개 가운데 4개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2008년 연구에서 오리너구리의 뒷다리에서 분비되는 독소 단백질은 파충류와 같은 유전자 계통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너구리의 독성은 파충류의 친척이라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리너구리와 같은 단공류인 바늘두더지는 독소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진화 과정에서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지만 유전자상으로는 포유류·조류·파충류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오리너구리는 아직 풀어야 할 비밀이 많다며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의 유전자 지도를 분석하면 생물학 및 진화학에 대한 통찰력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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