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아베 시대'...혼돈 가중되는 일본
막내린 '아베 시대'...혼돈 가중되는 일본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0.08.29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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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 기자회견을 비켜보는 시민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독주 체제로 대표되는 약 8년간의 장기집권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달 상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새로운 투약을 시작했다. 총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주된 사임 이유는 건강문제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 시대가 끝이 나면서 '포스트 아베'를 노린 집권 자민당 내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갑자기 결정된 총리직 사임으로 일본 사회의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 민심 악화와 지병 재발로 떠나는 아베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은 이달 초 아베 총리가 관저 집무실에서 토혈을 했다는 일본 주간지 '플래시' 보도로 점화됐다가 게이오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며 크게 확대됐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인해 1년 만에 스스로 사임한 바 있다. 그는 17세 때부터 대장염으로 고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게이오대 병원을 나온 아베 총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BS 뉴스 화면 캡처

일본 최대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27일 아베 총리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투석의 일종인 '과립공흡착제거요법'(GCAP) 시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트레스와 과로가 가중되면서 지병이 다시 도진 것으로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원인불명의 난병으로 일본에 17만 명의 환자가 존재한다. 완화기와 악화기를 반복하며 극심한 복통과 혈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성장률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권력 기반이 빠르게 약화된 것도 중도사퇴 결심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코로나19 대처 미흡과 각종 비리 의혹 영향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은 2차 집권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무엇보다 장기집권의 성과이자 지지 기반의 근간이었던 아베노믹스가 코로나19 앞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 대비 7.8% 하락했고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27.8%에 달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니혼게이자이 신문

일부 일본 언론들은 아베 내각이 장기 집권을 통해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누린 것에 반해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일본 정치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9일 사설을 통해 “깊은 상처를 입은 일본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임기 중 사임으로 초래한 혼란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내각 인사국의 인사권 장악으로 간부 관료 사이에 정권에 대한 아부와 눈치 보기가 팽배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 '포스트 아베'에 쏠리는 눈

한편,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사임 표명으로 인한 정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재 선출과 향후 정국에 대한 논의로 분주한 모습이다. 새로운 당 총재가 정해지기 전까지 총리직 및 자민당 총재직은 아베 총리가 종전대로 유지하게 된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정해지는 총리도 맡는다. 자민당은 중의원의 과반을 점하고 있어,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를 맡는 방식이다.  

'포스트 아베'를 향한 레이스는 이미 본격화됐고, 유력 총리 후보들은 뛰기 시작했다. 현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하단 사진 순서) 등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BS 뉴스화면 캡처 

코로나 사태 이전 아베 총리가 직접 후계자로 밀었던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다. 그는 4명의 총리를 배출한 명문 파벌 ‘고치카이(宏池会)’를 이끌고 있으며,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유부단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존재하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쟁자들에게 큰 격차로 밀리고 있어 당 내부에선 그를 내세워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최근엔 스가 관방장관이 부상하고 있다. 그는 차기 총리 경쟁에 "관심이 없다"고 반언했지만, 지난달 아베 총리가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한 바 있다. 퇴임 이후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과 공명당과의 관계를 고려해 스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역시 아베가 ‘포스트 아베’로 스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지통신이 조사한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이 24.6%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관례상 여당 총재가 맡아 왔다. 또한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당내 기반이 약한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이시바 전 간사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당내 기반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당내 입김이 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2주 후인 9월 15일 열릴 전망이다. 흔들림 없이 굳건해 보이던 일본 정국이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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