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렴수 방출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9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재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낮춘 후 바다 방류를 통해 처분하는 방침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 日, 27일 각료회의서 방류안 결정

불과 일주일 뒤인 27일 일본 정부는 내각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해 방류하는 방침을 심의, 공식 결정할 계획이다. 방침이 확정되면 ▲방류설비 설계 ▲설비 공사 ▲안전성 심사 등을 거쳐 2022년 10월쯤 방류가 시작된다. 

일본 정부는 2022년이면 오염수 저장 탱크를 보관할 장소가 없고, 방출하지 않을 경우 처리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인 7등급 원자력 사고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문제의 발단은 1960년대 말 원자로 건설에 나선 도쿄전력이 발전소 기단부를 건설비용 절감을 위해 당초 해수면에서 35m 높이 계획을 10m 높이로 선회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비상 디젤 발전기를 포함해 터빈 건물 등 발전소 지하 설비는 이보다 14m나 더 낮은 곳에 설치하면서 지질학적으로 심각한 지하수 문제가 생겼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대형 물탱크에 보관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는 하루 평균 160~170톤씩 발생해, 지난 9월 기준으로 123만 톤 규모로 늘었다. 일본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시설을 통해 오염수를 정화했다며 이를 '처리수'로 순화해 부르지만 처리수 자체에도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는 여전히 잔존한다. 

방사능 누출 피해의 영향과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며, 오염수 처리 등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21%가 방사능 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인호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말,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량 109만 톤 가운데 삼중수소를 뺀 방사능 기준치 초과는 72%였다"고 밝혔다. 기준치 100배 초과는 6%, 10배~100배는 15%에 달했다.

◆ 일본 내에서도 반대 여론 높아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처리수 취급과 관련해 언제까지 방침을 정하지 않고 뒤로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 기자회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 국무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에 대해 조기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16~18일 전국 1천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배출수 오염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하는 결정에 50%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찬성 비율은 41%, 나머지 9%는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NHK는 15일자 기사에서 후쿠시마에서 이미 해양 방류를 전제로 두고 설명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해양 방류 관련 후쿠시마 지역 설명회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후쿠시마 지역 어민과 상인들은 육상 보관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산지가 후쿠시마로 표기될 경우 지역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정부는 삼중수소를 희석 배출할 경우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감지된다.  

야후재팬 등 인터넷에는 ▲아직 9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사라질 이유가 없다(bgk*****)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두렵다(nys*****)▲자국 원전이 방출하는 처리수는 제쳐두고 일본 처리수 방출을 비판하는 것은 한국뿐이다(kak*****) ▲ 한일 양국 모두 IAEA 참관 하에 서로의 배출 처리수를 분석해 공표하면 될 일(dos*****)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 정부 대응 방안은?

일본의 최인접 국가인 한국은 기본적으로 "오염수 방류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막대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오염수 대응 강화 차원에서 관계부처 회의를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현재 한국 정부는 공론화를 통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호를 최우선적 기준으로 삼아 일본의 오염수 처분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을 제지할 수단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한 기초 위에서 대책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중국 역시 자국 동해안에 밀집된 원전에서 다량의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오염수 배출 결정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우리 정부는 원전 오염수 관리 안전성에 대해 주변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일본은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이를 무시해 왔다.

정부는 향후 해양방류 자체를 저지하기보다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전한 절차에 따른 처리를 일본에 요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오염수 정화를 통한 바다 방류는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원전 운영국가들이 해온 조치인 만큼 반대 명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안인 대기 증발과 해양방류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타당한 방법론에 기반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