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둥대 연구팀, 수렵채집 인류의 고대 조류 조각 발굴
가장 오래된 동아시아 3D 예술 사례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중국 산둥대 연구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국 베이징에서 약 1만 3500년 전에 만들어진 새(鳥) 조각상이 발굴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으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상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중국 산둥대학 연구팀은 "당시 인류가 불과 도구를 사용해 조각을 하고 예술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국제학술지 '플로스원(6.10)' 

새 조각상은 우물을 팔 때 나온 잔토 속에서 출토된 것으로, 1958년 건축 노동자들은 우물을 파기 위해 지하 약 5미터 지점에 있던 최후빙기(Last glacial period) 말기 지층까지 파냈다. 흙 속에 고대 토기 및 석기 등 유물이 섞여 있었지만, 당시 건축 노동자들은 이를 깨닫지 못했다. 

리잔양(Zhanyang Li) 교수가 이끈 산둥대 연구팀은 지난 2005년 허난성 링징(靈井) 선사 유적지 초기 발굴 과정에서 대량의 석기와 함께 새 조각상을 찾아냈다. 우물에서 나온 60년 전 흙더미가 다행히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근처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중국 산둥대 연구팀 

새 조각상은 길이 19.2㎜, 폭 5.1㎜, 높이 12.5㎜로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동물 뼈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최후빙기 말기 중국 북부에 거주한 수렵 채집 인류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단순한 도자기나 각암(角岩)을 깎아 날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발굴된 조각상은 뼈를 구워 만들어졌다. 뼈는 일반적으로 구우면 깨져버리거나 수축 형태가 왜곡될 수 있다. 리잔양 교수는 "1만 3000년 전 수렵 채집 민족이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시간 동안 저온에서 뼈를 굽는'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중국 산둥대 연구팀 

또 연구팀이 마이크로 CT 스캐너로 조각상의 3D 모델을 조사한 결과, 거친 숫돌로 구운 뼈를 부수고 날카로운 석기로 표면은 부드럽게 마모시키고, 새의 머리에 눈 모양까지 새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1만 3000년 전 수렵 채집 인류가 다양한 조각 기술을 이미 습득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조각상이 어떤 목적으로 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표면에 무수한 미세 찰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오랫동안 가죽 안에 넣어 소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중국 고유의 예술적 전통을 규명한 것으로, 서유럽 및 시베리아 등지에서 발견된 다른 조각상과는 기술과 그 양식이 다르다. 중국 조각상의 기원이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싱 링크(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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