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 속 공정위 “시장획정‘에 달렸다”

데일리포스트=배달의민족...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데일리포스트=배달의민족...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 2020년 새해 시작과 함께 배달 중개업계의 관심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에 집중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배달음식 중개 시장 점유율이 98% 이상 치솟기 때문이다. 

지난 달 30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에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의 입장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사업 분야이고, 배달앱 분야 주요 사업자간 기업결합이기에 규정에 따라 면밀하게 심사할 계획“임을 밝혔다.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이지만 필요에 따라 90일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이 기간 동안 공정위는 다각도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승인, 조건부 승인, 불허 중 결과를 밝히게 된다.

■ 조건부 승인 중요 쟁점은 ‘시장획정’

세 가지 선택지 중 무게가 실리고 있는 건 ‘조건부 승인’ 쪽이다. 단순히 ‘승인’을 발표하기에는 업계, 정치권, 소상공인들이 입을 모아 ‘독과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이번 심사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시장획정’이다. 딜리버리코리아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와 관련된 시장획정을 ‘배달음식 중개업’으로 한정할지, 통신판매 중개업 또는 주문 배달 시장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따라 ‘독과점’이라는 핵심 쟁점에 큰 변화가 생긴다.

배달음식 중개업으로 한정할 경우 딜리버리코리아가 운영 중인 ‘요기요’, ‘배달통’에 ‘배달의민족’ 점유율이 합쳐지면 98% 이상이 되고 이는 ‘독과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회사가 원하는 대로 공정위가 시장획정 범위를 확대해 심사할 경우에는 쿠팡, 위메프, 카카오 등의 사업자가 존재해 ‘독과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B마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시장획정을 의식해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B마트’는 신선식품, 생필품 등 3000여종의 상품을 배달음식처럼 이용자에게 바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B마트’를 통해 쿠팡, 이마트, 마켓컬리 등을 경쟁 서비스 업체로 주장하며 ‘배달음식 중개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간 합병을 연달아 승인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혁신 성장 지원 기조도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의 결정이 혁신을 일으키기도 막기도 한다. 양면을 고려해 균형감 있기 접근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거세지는 부정적 여론이 변수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공정위는 “여론이나 업계 반응을 살피는 것이 아닌 법령 기준에 따라 원칙적인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더 거세질 경우 ‘불허’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해석에 따라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획정 범위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할 시,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은 공정위의 소극적 판단을 이끌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빅딜 소식에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밝힌 건 소상공인들이다. 지난달 2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를 의식해 배달의민족 김범준 차기 대표는 지난달 17일 본사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 결합으로 인한 중개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시장 점유율 100%에 육박하는 시장지배력은 구조적으로 시장 참가자인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 등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주장을 비롯해 6일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2010년 이후 근 10년 만에 8조원이 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딜리버리히어로라는 하나의 회사에 종속되면 전체 시장의 90% 독점이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심사에 있어 경제성 분석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모바일 배달앱 시장을 기존의 음식 서비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 시장과 구분해 독립적인 산업영역으로 인식하고 기업결합에 따른 독점이나 경쟁 제한적 요소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종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애국 마케팅을 해온 배달의민족이었기에 매각에 대한 이용자들의 여론도 부정적이다. 배달의민족이 독일기업인 딜리버리코리아로 매각된다는 소식에 이용자들은 ‘배다른민족’, ‘배신의민족’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빅딜과 관련해 긍정적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 원칙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공정위라지만 심사 결과에서 부정적인 대세 여론을 마냥 무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천문학적 수치의 배달의민족 M&A는 독과점을 위한 과정이며 인수합병 이후 국내 배달앱 시장 독점이 본격화되면 수수료율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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