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KT 담합 혐의로 금융위 심사 중단…자본금 지원 ‘난망’

[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 “대기 없는 은행, 돈이 되는 은행, 쓰기 편한 은행. K뱅크가 만들어 가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습입니다”

지난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공식 출범을 알리며 심성훈 대표가 밝힌 목표다. 그는 ‘내 손안의 첫 번째 은행’을 타이틀로 내걸며 밤낮, 평일·주말 구분 없이 어디서나 모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명시된 산업자본이 법령 초과를 근거로 공정거래법에 발목이 잡혀 자본금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호기롭게 출발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현실은 예상을 깨고 냉혹하다. 출범 초 중금리대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 지속,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건전성 악화가 이어지며 케이뱅크는 서비스 시작 2년여 만인 지난 4월 주력 대출상품인 ‘직장인K마이너스통장’의 판매마저 불가능한 대출 잠정 중단 사태를 맞았다. 대기 없는 은행을 꿈 꿨지만 대기할 필요조차 없는 은행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자금 부족 때문이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세 차례 증자와 올해 한 차례 추가 증자로 자본금을 5051억원까지는 늘렸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자본금 확충이라는 당초 계획에서는 한참 부족한 수치였다. 케이뱅크가 자본금 확충에 애를 먹고 있는 배경은 KT에 있다.

인터넷은행 특별법에서는 산업자본이 법령을 초과해 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대주주가 돼야 하는 KT가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금융위원회가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 준비 중이던 5900억원대의 유상증자는 불투명 상태다.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끌어온 카카오뱅크 역시 최근 BIS 비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뱅크의 상황에 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BIS 비율이 좋지 않지만, 케이뱅크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비율의 반등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카카오뱅크의 BIS비율 하락은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올리기 위해 지분을 넘기기로 한 한국투자금융지주이 공정거래법에 발목이 잡혀 지분 정리에 난항을 겪으며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대출이 13조원을 넘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자본 건전성 회복을 위해 5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는 11월21일이 되면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8000억으로 늘어나며, BIS비율도 14%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내년 1월 23일까지 최대주주 변경 작업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케이뱅크의 경우, KT의 대주주 전환이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자본금 확충이 어려워지자 기존 주주사인 우리은행과 DGB금융그룹의 증자 참여를 통한 3000억대의 자본금 확충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우리은행은 지분율에 따른 증자를 고수하고 있고 DGB금융그룹은 불참을 선언해 증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면초가에 처한 케이뱅크는 지난달 23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초대 수장 심성훈 대표의 임기를 내년 초까지 연장했다.

올해 안에 유상증자를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하는 케이뱅크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CEO 교체되면 현황 파악 등으로 공백이 생길수 밖에 없고, 심 대표가 협상 중이던 신규 투자 유치도 다시 진행해야 하기에 임기 연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확실한 증자안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T가 나서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T가 나서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의 자본을 수혈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유상증자 난항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와 유상증자가 결의돼 BIS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카카오뱅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토스(TOSS)를 중심으로 이랜드그룹과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시동을 걸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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