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관심 모은 ‘헤어 아이스(Hair-Ice)’ 현상 규명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겨울 아침 유럽의 숲에서 마치 노인의 백발을 연상케 하는 얼음모양이 발견돼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얼음은 마치 머리카락이나 비단실, 혹은 솜사탕처럼 보이기도 한다.

헤어 아이스(Hair Ice)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데 1918년 최초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가사의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독일과 스위스 연구자들이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헤어 아이스가 생성되는 최적의 조건은 습도가 높은 겨울밤 기온이 0도를 약간 밑도는 정도다. 영하에서 수분의 동결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숲의 활엽수에서 매우 드물게 비단실이나 백발처럼 보이는 얼음이 생기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무에서 생겨난 헤어 아이스는 아래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얼음 직경은 불과 0.02mm이며 길이는 최대 20cm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언뜻 가발이 땅에 떨어져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생성 장소는 북위 45~55도 활엽수림으로 한정되며 일단 헤어 아이스를 만들어 낸 나무는 그 후에도 반복해서 생성하는 경우가 많다.

위 영상을 보면 나무 표면에 하얗게 얼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얼음이 천천히 나무에서 올라오며그 모양이 얇은 실처럼 보인다. 이러한 얼음은 서로 합쳐지지 않고 가는 형태로 계속 늘어나며 결국 백발과 유사한 형태의 헤어 아이스가 된다.



베른 대학의 크리스티앙 메츨러(Christian Matzler) 교수는 "숲을 산책하면서 처음 헤어 아이스를 봤을 때 그 아름다움에 놀랐다"고 말한다. 호기심을 느낀 메츨러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헤어 아이스의 생성 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헤어 아이스가 생성되는 원인이 나무에 존재하는 ‘Exidiopsis effusa’라는 일종의 곰팡이균 때문임을 확인했다. 해당 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목재 표면에 얼음이 생성되기도 하지만 헤어 아이스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메츨러 교수는 "곰팡이에서 얼음이 재결정(結晶)되는 것을 방지하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얼음의 재결정이 방해받기 때문에 얼음이 직경 0.02mm 이상으로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 시간 동안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