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차기 수장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한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다. 다음 달 최종 후보가 단일화되면 그 결정은 단지 한 금융사의 인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향후 리더십 기준이 어디에 놓일지 가늠하게 될 선택이다. 지금의 인선이 금융업 전반이 구조적 변곡점에 놓인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차기 수장 선임 과정에서 시장의 시선은 진옥동 현 회장의 연임 여부로 쏠리고 있다. 취임 이후 총자산 782조 9400억 원, 16% 성장률이라는 지표는 고금리·고변동성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영을 증명한다.
특히 비은행 부문 확장과 글로벌 전략 성과도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연임 논의의 초점을 단순한 실적이나 유력세로 좁혀서는 안 된다. 금융산업의 안정성과 시장 신뢰, 정책 방향과의 정합성이라는 공적 기준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 손실 사고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지만 사고 직후 진 회장이 주주서신을 통해 직접 책임을 밝히고 사과한 행보는 금융산업 리더십의 본질을 환기시켰다.
위기 상황에서 책임 회피가 아닌 투명한 인정과 재발 방지 조치를 선택하는 리더만이 시장 신뢰라는 공공재를 지킬 수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덕목은 ‘좋을 때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비가 내릴 때 앞에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적 지표가 긍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연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지배구조 투명성, 시장 신뢰 회복 메커니즘을 구축해온 방식이 유효했다면 평가의 무게는 달라진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올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외부 영향력 개입을 차단하려 한 점도 의미 있다. 금융권이 환경 변화에 따라 수장을 흔드는 관행을 반복한다면 장기 전략은 매번 원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기라는 변수를 거론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금융지주의 리더십은 정치 주기와 연동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산업은 장기 전략과 글로벌 신뢰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영역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혁신 성장·투자 활성화 기조가 신한금융의 전략 방향과 상당한 합을 이룬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인물 밀어주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시장·전략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때문에 이번 신한금융 회장 선임은 특정 후보의 희비를 가를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금융산업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미래 표준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단순한 관성이나 관측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리더십 기준에 부합해 왔기 때문이라면 그 신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한금융의 선택은 신한만의 선택이 아니다. 금융산업이 위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책임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리더십을 어떤 윤리와 기준 위에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선언하는 행위다. 이번 인선이 단발의 인사가 아닌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규범을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